이중구조로 만들어진 솥
문인철 제이온 대표가 ‘이중구조로 만들어진 솥’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2000년대 초였다. 너무 높은 온도의 기름에 음식을 튀기면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경각심이 일 때였다.
문 대표는 “논란을 지켜보다가 냄비를 두 겹으로 만들면 냄비 안쪽 온도가 많이 오르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운영하던 제조 공장을 문닫고 3년간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데 매달렸다. 2003년 회사 제이온을 설립하고 이중구조 가마솥 ‘제이온킹’을 내놨다.
이 제품의 단면을 잘라보면 알루미늄 두 장이 간격을 두고 겹쳐져 있다. 솥을 데우면 열이 음식물로 바로 전달되는 일반 냄비와 달리 알루미늄 사이의 공기층이 데워진다. 뜨거워진 공기는 음식물이 닿는 솥 안쪽 부분을 다시 데운다. 불이 닿는 겉면은 뜨겁지만 안면은 170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음식이 눌어붙지 않는 원리다.
문 대표는 “한 장짜리 솥은 바닥이 100도여도 옆면은 50도로 온도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밑은 눌어붙고 윗부분은 잘 익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제이온 가마솥은 밑면과 겉면이 동일한 온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한 불에 요리하는 대신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열만 제공하기 때문에 영양소도 덜 파괴된다”고 강조했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2016~2017년 2년 연속으로 현대홈쇼핑에서 주방기구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했다. 2015~2017년 3년간 홈쇼핑에서 40만 세트를 판매해 같은 기간 누적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문 대표의 말처럼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빅히트를 쳤다. 최근 경기 김포에 1900여㎡(580평) 규모의 공장을 세운 것도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해서였다.
최신 가스레인지에도 적용 가능
제이온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4년부터 모든 가스레인지에는 조리용기 바닥면의 온도를 감지해 300도 이상 과열될 경우 자동으로 가스 공급을 차단하는 센서를 설치하도록 의무화됐다. 제이온의 냄비는 300도 이상 가열하더라도 불이 닿는 면은 온도가 높지만 냄비 안쪽은 온도가 높지 않은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냄비의 바닥열만 감지한 가스레인지가 음식이 데워지기도 전에 꺼지면서 제이온은 시장에서 퇴출위기를 맞게 됐다.
제이온은 1년간 홈쇼핑 판매를 중단하고 최신 가스레인지에 맞는 제품을 다시 개발해 지난달 시중에 내놨다. 냄비 뒷면 중앙부가 오목하게 파여 불과의 거리가 멀어진 디자인으로 특허를 받았다.
문 대표는 “신제품이 나온 지난달을 제이온의 두 번째 회사 창립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이중냄비 가마솥의 성공 이후 많은 업체가 소위 ‘짝퉁 제품’을 내놨지만 이번 신제품은 베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재도약을 준비 중인 제이온은 유통채널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전까지 홈쇼핑에 치중했지만 올해부터는 온라인 판매를 병행할 생각”이라며 “대형마트 입점은 물론 미국 내 홈쇼핑 회사와도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기불황에 중국 제품의 공습으로 인해 많은 중소 주방용품 업체가 고전하고 있지만 이번 신제품으로 재기에 성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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