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아트박스는 달랐다. 1984년 서울 종로에 첫 매장을 연 이후 35년간 팬시 전문점 사업을 키워왔다. 오는 25일엔 서울 논현동에 직영매장 100호점을 연다. 2008년 27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391억원까지 늘었다. 10년 만에 외형이 5배로 커졌다. 아트박스는 펜, 노트 등 문구류뿐 아니라 잠옷과 소주잔, 파리채 등과 같은 생활소품도 판매하고 있다. 상시 판매하는 제품만 약 3만 종에 달한다. “우리의 경쟁자는 일반 문구점이 아니라 다이소”라는 말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작년 매출 1391억원…10년 만에 5배 급증
아트박스가 35년간 ‘롱런’할 수 있던 가장 큰 비결은 ‘번화가 1층’에 매장을 낸다는 원칙을 지켜온 데 있다. 아트박스는 매장 규모에 상관없이 해당 상권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문을 연다. 아트박스가 주력으로 파는 문구 팬시류 가격은 대부분 1000~1만원 사이로 소비자 1인당 구매금액이 크지 않다.
비싸지 않은 상품을 팔면서도 임차료가 비싼 목 좋은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많은 유동인구와 방문객에 따른 판매량 증가는 비싼 임차료에도 아트박스 매장들이 수익을 낼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에 아트박스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가맹사업을 하지 않고, 본사에서 모든 매장을 직접 관리하는 직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가맹점이 아니어서 임차료 상승에 따른 갈등과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말했다.
매장에 물건을 쌓아두는 공간을 없앤 것도 아트박스의 강점이 됐다. 10년 전인 2009년 자동주문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장 계산대의 포스(POS·판매시점정보관리) 기기 등에 온라인 시스템을 깔아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부족한 물건은 충북 음성에 있는 물류센터로 자동 발주한다. 이 덕분에 인기 상품이라도 ‘품절’ 표시 없이 매장에 늘 진열돼 있다.
디자이너 30명…자체 캐릭터 개발
아트박스가 팬시업계에서 35년을 버틸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로는 디자인이 꼽힌다. 구경만 해도 지루할 틈이 없도록 이색적인 디자인 상품들로 매장을 채웠다. 스타벅스 로고를 패러디한 ‘아트벅스’ 머그잔, ‘코묻은 돈’이라 적힌 부모님 용돈용 봉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디자인 경쟁력은 30여 명의 디자이너로부터 나온다. 아트박스의 디자인 전담 인력은 인형, 문구, 패션, 리빙 등 분야별로 5개 팀으로 나뉘어 일하고 있다. 자체 캐릭터 38종도 이들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오리 ‘말리’, 상어 ‘보스’, 해달 ‘오토’ 등 바다에 사는 동물들에서 모티브를 따온 ‘갈라파고스 프렌즈’ 14종이 대표적인 캐릭터다. 베스트셀러인 ‘6공 다이어리’와 ‘동물 배낭’에도 이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다. 아트박스는 외부 캐릭터 상품을 사들여 판매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대폭 늘렸다. 전체 상품 가운데 자체상표(PB) 제품 비중은 55%에 달한다.
미국·싱가포르 등 15개국 진출
아트박스의 초기 소비자들은 지금 대부분 40대가 됐다. 아트박스는 주요 고객층인 10~20대를 겨냥해 체험형 공간을 여는 등 ‘젊음’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국 매장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서울 명동2호점에는 펭귄 캐릭터 ‘피터’를 대형 조형물로 제작해 설치했다. 누구나 방문해 아트박스를 기념할 수 있는 사진을 찍도록 ‘포토존’으로 꾸몄다. 아트박스 관계자는 “10~20대 소비자들은 매장을 문화, 놀이 공간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도록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공간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넓히기 위해 해외 진출과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싱가포르 베트남 등 한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 1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페루,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아트박스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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