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죄수도 갖고 있다는 '모카포트'

입력 2019-09-22 17:35   수정 2019-09-23 02:19

“독방에 갇힌 죄수에게도 커피를!”

이탈리아 이야기입니다. 세계 최초로 1884년 에스프레소 기기를 개발해 20세기 커피산업의 황금기를 이끈 나라. 이탈리아에선 커피가 한 사람의 인권과도 같다고 이야기하죠. 감옥에 갇힌 죄수들에게도 커피만큼은 꼭 준다고 하니까요.

초창기 에스프레소 기기를 찾아보면 대형 보일러를 연상하게 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 모두가 에스프레소를 즐기게 한 주인공은 모카포트(사진).

앙증맞은 소형 주전자 모양인 모카포트의 원래 이름은 불 위에 올려 에스프레소를 뽑는다는 뜻의 ‘스토브 톱 에스프레소(stove top espresso)’입니다. 1933년 이 기기를 최초로 개발한 이탈리아의 알폰소 비알레티가 ‘모카 익스프레스’라고 이름 붙였고, 지금은 이 이름을 따서 모카포트가 고유명사처럼 됐습니다. 90%가 넘는 이탈리아 가정에서 쓰는 기기이자 대대로 물려주는 그야말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상징이 됐습니다.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기기입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더 뛰어난 성능에 인공지능까지 결합한 커피 기기가 세계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지요. 하지만 여전히 모카포트는 가장 싼 가격으로 누구나 쉽게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기기로 남아 있습니다. 커피의 지방층을 걸러내지 않아 조금 투박하지만 3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3~4분 내에 에스프레소를 뽑아낼 수 있으니까요.

모카포트는 압력밥솥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총 세 개의 파트. 기기 아래쪽의 보일러에서 서서히 물을 끓여 공기압이 물을 밀어올리면 그 힘이 순간적으로 중간 부분의 커피 사이를 관통하며 맨 위쪽으로 진한 에스프레소를 뿜어 올립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맨 아래 보일러에는 찬물을 채우고, 중간 바스켓에는 20~22g의 곱게 간 커피를 담아 평평하게 펴줍니다. 전체를 꽉 잠가 다시 조립한 뒤 가스레인지에서 중불로 끓이죠. 보통 3~4분 정도 지나면 추출되기 시작합니다.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 샷 한 잔부터 열두 잔까지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사이즈가 있습니다.

정통 이탈리안 커피를 표방하는 파스쿠찌는 최근 역삼점에 모카포트 전용 바를 꾸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인이 집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모카포트를 개발한 비알레티는 자신이 죽을 때 유골함마저 모카포트로 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1970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유족들은 그 뜻을 받들어 장례식을 치렀답니다.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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