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츠비카우 공장, EV 전용으로 탈바꿈
-2022년까지 ID.3 EV, ID. 크로즈, 세아트 엘본 EV 생산
독일 작센주 라이프치히에서 기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80분 가량을 가면 '츠비카우(Zwikau)'라는 작은 소도시가 나온다. 하지만 이곳이 폭스바겐그룹 내 아우디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04년 '호르히자동차'의 설립자였던 아우구스트 호르히(August Horch, 1868~1951)가 회사를 떠난 후 1910년 츠비카우에 터를 잡고 세운 기업이 '아우디(AUDI)'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츠비카우가 소비에트 연방(現 러시아) 지배 하의 동독에 편입되자 아우디는 서독 지역의 잉골슈타트로 본사를 옮겼고 츠비카우 공장은 동독의 유일한 완성차였던 트라반트 생산으로 전환됐다. 그래서 츠비카우에는 지금도 호르히 박사를 기념하는 박물관이 위치해 있을 만큼 독일 자동차 산업에서 100년 이상의 생산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게다가 설립 이후 오로지 내연기관 제품만 생산해 온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구 동독 시절, 오랜 시간 계획경제 하에 발전되지 못했던 츠비카우는 통일 이후 자동차 부문의 투자가 집중되며 주목받는 곳으로 떠올랐다. 아우디를 산하에 둔 폭스바겐그룹이 츠비카우 공장을 인수했고, 포르쉐는 인근 라이프치히에 파나메라 등의 생산 시설을 마련했다. 이어 가까운 드레스덴 또한 폭스바겐이 플래그십 제품 페이톤 생산지로 만들어 이른바 작센주 3대 자동차 산업도시를 구성했다.
하지만 츠비카우 공장이 100년의 과거를 뒤로 하고 미래 100년을 위한 전초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오는 11월부터 폭스바겐 최초 대량 생산 EV 'ID.3'를 만들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미 설비 공사를 마치고 시험 생산에 착수, 새로운 동력 전환의 시대를 대비하는 중이다. 실제 지난 11일 찾은 폭스바겐 츠비카우 공장 곳곳에선 대량 생산을 앞둔 긴장감이 역력했다. 관심도 폭발적이어서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미국, 중국 등에서 공장을 직접 보기 위해 몰려드는 중이다. 연간 전기차 생산 물량이 무려 33만대로 계획돼 있어서다.
현장에서 브리핑을 맡은 폭스바겐 생산 및 물류부문 라인하르드 프리스 총괄(사진)은 "전동화 계획 실현을 위해 오랜 시간 공장 전환을 준비해 왔다"며 "그 시작이 오는 11월"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츠비카우 공장은 골프 바리안트와 골프, 그리고 파사트 바리안트 등의 완성차 외에 벤틀리 벤테이가와 람보르기니 우르스 등의 차체를 생산한다. 하지만 지난 6월 파사트 바리안트 생산은 중단하고 설비를 ID.3 EV 전용으로 전환했다. 이어 2022년까지 공장 전체 설비의 80%를 전기차 전용으로 바꾸고 ID.크로즈(CROZZ) EV와 세아트 브랜드의 엘본(El-born) EV를 생산하게 된다. 동시에 공장의 내연기관 시대는 막을 내린다.
흥미로운 점은 설비를 바꾸면서 최근 독일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제조 4.0' 개념을 도입했다는 사실이다. 2011년부터 독일 정부가 추진한 '제조 4.0'은 전통 제조업에 IT 시스템을 결합, 생산 시설을 지능형으로 바꾸는 스마트 공장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30% 가량 높이는 게 목표다. 그 결과 츠비카우 공장 또한 로봇 1대가 운전석 1대의 모듈을 제작할 만큼 높은 자동화율을 갖췄다. 나아가 로봇 역할 증대에 따라 투입 인력도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생산 라인을 설명하던 로쉐 책임자는 "골프 1대를 제작하는데 25명이 필요했다면 ID.3 EV 생산은 9명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 생산에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만큼 전환 배치를 통해 고용은 그대로 유지했다. 로쉐(Roshe) 책임자는 "EV 생산으로 바뀐다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유는 생산 대수의 증가가 뒤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연기관차 생산과 비교해 공정 자체가 줄어 동일 비교일 때 일자리 감소는 사실이지만 이를 EV 생산 물량 증가로 치환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오랜 시간 내연기관 생산에 익숙해 있던 근로자 전환 배치가 손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적응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노조와 함께 생각의 전환 교육을 집중적으로 펼쳤다. 교육 담당인 나두쉐브스키 박사는 "기존 내연기관 생산인력 8,000명을 EV 공장 배치로 바꾸려면 재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키는데 교육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체 개발된 교육 프로그램은 폭스바겐 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고 덧붙였다. 협력사 또한 내연기관 관련 부품 생산에 오랜 시간 매진해 왔기 때문이다.
-공장 인력, 재교육 통한 전환 배치로 일자리 유지
-고압배터리 취급 150명 전문가도 자체 양성
구체적인 교육 방법을 설명한 한케 박사는 "전체 공정 중 오로지 고압 배터리를 다루는 150명의 인력도 기존 근로자 재교육을 통해 이뤄낸 것"이라며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노조도 전환 배치 등에 적극 협력했고, 회사도 향후 10년 동안 구조조정이 없음을 약속했다"고 첨언했다. 동력 전환의 패러다임에 맞춰 노사 모두 '윈-윈' 방안을 선택, EV 부문의 리더가 되자는 합의였던 셈이다.
츠비카우 공장의 EV 전환을 계기로 폭스바겐은 오는 2025년까지 100만대의 EV를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츠비카우 공장에서 생산하는 ID.3 EV의 시작 가격은 독일 기준 3만 유로(한화 약 3,946만원)에 맞췄다. 현재 정부 보조금 2,000유로(한화 263만원)와 제조사 보조금 2,000유로를 감안할 때 대량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배경이다. 게다가 독일 정부가 최근 내연기관 연료의 세금과 EV 보조금을 함께 늘리기로 한 점은 ID.3 EV 판매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ID.3 EV 제품 설명을 맡은 한케 박사는 "이미 3만3,000대의 사전 계약이 이뤄졌고 숫자도 매일 증가한다"며 "11월 양산이 폭스바겐 전동화 시대를 개척하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츠비카우에서 생산되는 ID.3 EV 전용 배터리로 폭스바겐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을 채택했다. 그러나 향후 배터리 수요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수직계열화를 위한 자체 생산 계획도 세웠다. 라인하르드 총괄은 "장기적으로 재생 가능한 배터리셀을 직접 생산하고, 이를 활용한 자동차를 만들어 이동에 사용하도록 하고, 다 쓰면 배터리를 수거해 제2의 용도로 재사용하는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할 것"이라며 "탄소 배출을 피하고(aviod), 줄이고(reduce), 보완(compensate)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언급했다. 이어 "EV 전략에 따라 투자한 금액이 15조원에 달하는데, 앞으로 3~6개월마다 20여가지 제품으로 구성된 6종의 EV가 츠비카우를 비롯한 글로벌 곳곳에서 생산돼 폭스바겐의 전동화 전략을 완성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덧붙였다. 그래서 폭스바겐 전동화의 서막을 맡은 츠비카우 공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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