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에서 북쪽으로 약 60㎞를 달리면 둥관의 ‘옥스 혼 캠퍼스’가 나온다. 올해 말 준공을 앞둔 이곳은 화웨이의 ‘연구개발(R&D) 심장’이다. 서울 여의도 절반 이상 크기(약 180만㎡)로 프랑스 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유럽의 유명 도시를 옮겨놓은 듯하다. 직원들은 스위스 산악 열차와 비슷한 트램을 타고 출퇴근한다. 이곳에선 1만3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완공되면 3만 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그중 2만5000명은 R&D 인력이다.
지난 20일 방문한 선전과 둥관에 있는 화웨이 본사와 R&D센터, 생산공장은 미국 제재에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연구소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신기술 개발이 한창이었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공장도 쉴 새 없이 돌아갔다. 화웨이는 최근 AI 인재에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
○“제재에도 생산라인 풀가동”
옥스 혼 캠퍼스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화웨이 남방공장이 있다. P, 메이트 등 화웨이 고급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5G 통신장비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모든 생산라인이 정상 가동 중”이라고 화웨이 측은 밝혔다. 마이크론 등 미국산 부품도 쌓여 있었다. 화웨이 관계자는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의 생산라인을 조정한다”며 “지난 5월 미국 제재 이후 공장을 멈춘 적은 없다”고 했다.
남방공장에서는 올 상반기 출시한 스마트폰 ‘P30’의 생산이 한창이었다. 120m 길이의 생산라인에서는 28.5초마다 스마트폰 한 대를 생산한다.
공정 효율화 덕분에 스마트폰 생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화웨이는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생산 공정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했다. 생산라인당 직원 수는 2013년 86명에서 17명으로 확 줄었다.
카메라 음향 기능을 점검하는 등 수작업이 필요한 공정엔 직원을 배치했다. 화웨이 관계자는 “화웨이의 목표는 무인화가 아니라 자동화”라며 “스마트폰 이용자가 사람인 만큼 사람이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타격 없어…50여 곳과 계약”
화웨이는 “5G 기술 개발과 통신장비 수출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중국은 물론 한국, 영국, 핀란드, 쿠웨이트 등의 50여 개 기업과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중 절반가량인 28건은 유럽 기업과 체결했다. 이달까지 화웨이가 출하한 5G 기지국 수는 20만 개다. 연말까지 60만 개, 내년까지는 150만 개 이상을 출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제재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기술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보유한 5G 특허 건수는 지난 2월 기준 1529건으로 세계 1위다.
화웨이는 장비 기술력뿐만 아니라 경량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5G는 주파수의 직진성 때문에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통신장비를 촘촘하게 깔아야 한다. 통신망 구축 비용이 많이 든다. 장비의 크기와 무게를 줄여야 고객사인 통신사의 통신망 구축 및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웨이 선전 본사의 갈릴레오(5G) 전시관엔 소형화한 5G 통신장비가 있다. 기지국 크기를 LTE의 절반 이하로 줄였다. 주파수를 걸러주는 필터 크기를 10분의 1로 줄이는 등 부품 소형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크기를 축소하면 무게도 줄어든다. 화웨이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 기지국 한 개당 25㎏ 이하 조건을 충족한 건 화웨이뿐”이라고 강조했다.
선전·둥관=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