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치닫는 檢 수사…내달 초순 조국 포함 가족 1차 기소할 듯

입력 2019-09-23 17:25   수정 2019-09-24 01:14

윤석열 총장 체제의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본격적으로 겨누기 시작했다. 지난 한 달간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사모펀드 관계자 등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수사의 종착지점’인 조 장관에 대한 강제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심각한 범죄가 아니면 보통 자택 압수수색에 대한 법원 영장이 나오기 힘들다”며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한 것은 그만큼 조 장관 부부의 범죄 혐의가 상당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 시기에 맞춰 마지막 점검차 나온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曺·韓

검찰은 23일 조 장관 자녀가 입학 원서를 제출한 아주대·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과 연세대 대학원 교학팀, 이화여대 입학처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원 과정에서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인턴증명서가 활용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특히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이 각각 고등학교에 다녔던 2009년과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증명서를 발급받은 과정에 조 장관이 개입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 딸 조모씨의 한영외고 유학반 동기로부터 2009년 당시 조씨가 받은 인턴활동증명서가 허위일 가능성도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명서 발급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은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이었고 이후 2015~2016년 조 장관이 센터장을 맡았다.

검찰은 조 장관의 ‘멘토’로 불리는 한 원장이 조 장관 자녀에게 특혜를 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조 장관은 서울대 법대 은사이자 동향(부산)인 한 원장과 20년 이상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2017년 5월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자 한 원장은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됐고, 지난해 6월 형사정책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한 원장은 지난 20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는 조 장관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센터에서 근무했던 법조계 한 관계자는 “허위 발급 사실이 확인되면 한 원장과 조 장관 두 명 중 한 명이 책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조 장관이나 한 원장이 이번 사건에 개입된 게 증명되면 ‘공문서 위조행사’ ‘공문서 위조행사 방조’ ‘사문서 위조’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공문서 위조는 공소시효가 7년이라 이미 지났지만, 당시 위조된 서류가 실제 행사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적용이 가능하다.

조 장관은 23일 자신이 직접 딸의 인턴증명서를 발급했다거나 자신이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정말 악의적”이라며 정상적으로 발급받았다고 해명했다.


검찰 1차, 2차 나눠 기소할 듯

검찰 수사가 한 달째에 접어들면서 대부분 혐의의 실체 규명은 마무리 단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다음달 초순께 사건 관계자들을 1차 기소한 뒤 나머지 의혹에 대해선 추가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수사의 본류에 해당하는 사모펀드 의혹이나 딸 입시와 관련해 조 장관, 정 교수,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 씨 등에 대해선 공직자윤리법 위반,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다음달 초순 1차 기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 장관의 측근인 윤모 총경 등 ‘버닝썬 사건’ 관련자들의 사모펀드 연루 의혹과 관련해선 추가 수사 후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관련된 조 장관의 의혹은 사건 내용이 상당히 방대하기 때문에 다음달까지도 계속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조 장관 일가 사모펀드의 설립부터 운용까지 관여한 ‘실소유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정 교수는 조범동 씨와 공모해 사모펀드 자금 1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이 이 같은 과정을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조 장관 일가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이때 조 장관 이름이 피의자로 가장 먼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영장은 법원에 의해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검찰개혁을 위해 법무부 홈페이지에 ‘국민제안’ 메뉴를 설치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25일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 2차 ‘검사와의 대화’를 열겠다고 밝혔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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