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소송 장기화에 '잠실운동장 MICE 단지' 사업 진통

입력 2019-09-23 17:26   수정 2019-09-24 03:15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 ‘잠실운동장 MICE 복합단지 조성사업’이 기획재정부와의 장기 소송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사업이 추진되는 잠실운동장 토지 지분을 놓고 양측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재부가 보유한 지분 전체를 다른 토지와 교환해 박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전까지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지분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업 일정에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와 기재부 지분은 ‘4 대 6’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기재부와 서울시는 잠실운동장 토지 지분 정리를 위한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법원에 기재부와의 토지 지분을 정리해달라며 2017년 소송을 제기했다. 잠실운동장 부지 중 일부 토지의 지분이 불분명해 잠실운동장 MICE(마이스: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기에 앞서 토지 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잠실운동장 MICE 복합단지는 서울시가 총사업비 2조5000억여원을 투입해 잠실운동장 일대에 전시면적 10만㎡에 달하는 컨벤션 시설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건립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올해 민자적격성조사를 통과하면 내년 하반기 실시설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2022년 착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토지 지분 정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소송에 발목이 잡혀 사실상 토지 지분 정리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심 법원은 토지의 소유관계를 드러낼 서류가 미비해 서울시와 기재부 외에 “다른 소유권자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서울시의 청구를 각하했다. 잠실운동장 부지는 1980년대 88올림픽을 앞두고 토지구획정리가 이뤄지면서 그 이전의 소유권을 확인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양측은 지분 문제에서도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1981년 서울시의 환지처분 공고에 근거해 서울시와 기재부의 토지 지분은 4 대 6”이라며 “1심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기재부의 지분은 6 대 4’라는 서울시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송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면 법원의 조정 또는 화해를 통해 협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양측은 아직 별도로 협상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市 “기재부에 별도 부지 내줄 수 없다”

서울시가 기재부의 토지 지분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것은 기재부의 사업 개입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재부가 일부 토지를 요구한 바 있었다”며 “별도 구역을 빼는 것은 어렵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라고 밝혔다.

기재부가 토지를 양보할 의사를 내비치더라도 서울시가 개발 이전에 다른 토지를 교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토지 지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와 기재부가 공동 소유한 부지의 가치에 걸맞은 대체 부지를 내놓기 쉽지 않아서다. 양측이 공동 소유한 부지의 가치는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경찰청이 무상 임차하고 있는 강서운전면허시험장 부지를 기재부 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토지를 교환하는 시점도 문제다. 현재의 토지 가치보다 개발이 완료된 이후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기재부로서는 당장 교환할 이유가 없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간투자법상 기재부 소유 토지에 대해서는 50년간 무상 임대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서울시의 사업과 별개로 국유재산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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