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근로자 전환 반대하는 美 우버 기사들

입력 2019-09-23 17:54   수정 2019-09-24 00:23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정부가 지난 18일 고용법을 개정해 그동안 ‘개인 사업자’로 분류했던 차량공유업체 운전기사를 ‘근로자’로 바꾸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이 법에 따라 세계 최대 공유차업체 우버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일하는 기사 수십만 명을 정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 운전기사들은 최저임금, 사회보험 등을 보장받는다.

우버 기사로 대표되는 ‘긱 경제(gig economy·임시직 중심의 경제 체계)’ 종사자의 지위는 전 세계적으로 논란거리다. 노동계는 “기존 근로자와 똑같다”고 주장한다. 산업계는 “자율성이 큰 개별 사업자”라며 맞선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이들을 근로자라고 못 박는 정책을 밀어붙였고 의회가 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내에서도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기사들의 평가는 어떨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고용법이 운전기사들에게 크게 환영받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실제 기사들의 반응은 분분하다”고 전했다. 우버 직원으로서 최저임금, 초과근로수당, 사회보험 등의 혜택을 받길 원하는 기사도 있지만 이를 원치 않는 기사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근로자’를 거부하는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근무 유연성이다. 지난 5년간 캘리포니아주에서 리프트 기사로 일해온 레이첼 허드슨 씨도 그렇다. 그는 관절염과 불안장애로 2~3시간마다 휴식을 취해야 한다. 허드슨 씨는 “회사가 고용하면 짜인 교대조에 맞춰 일해야 한다”며 “항상 특정 시간에 일할 수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겐 불리하다”고 말했다.

투잡족도 우버 직원이 되길 원치 않는다. 자율적으로 여윳돈을 버는 데 만족하기 때문이다. 병원 직원으로 일하는 리사 브로일스 씨는 “간호사 면허 교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여유 시간에 우버 기사로 일한다”고 말했다. RBC캐피털마켓에 따르면 우버 운전자의 92%가 주 4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가량인 45%는 1주일에 10시간 미만으로 일한다.

이들의 목소리는 긱 경제가 갖는 장점을 대변한다. 우버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낮은 임금을 강요할 수 없다. 긱 경제 종사자는 언제든 앱(응용프로그램)을 끄고 다른 업체로 옮겨갈 수 있다. 일하는 시간도 완전히 자율에 맡겨진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움직임은 우버에도 악재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우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만 해도 연 5억800만달러(약 6000억원)라고 계산했다. 그러나 우버에만 악재인 건 아니다. 긱 경제 종사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이 자칫 근로시간과 임금, 이직 등을 자유롭게 선택해온 이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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