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내국인 역차별하는 부동산정책

입력 2019-09-24 17:23   수정 2019-09-25 00:32

해외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과 다른 취득세 등 각종 세제와 외국환거래법 등 따져봐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주택 구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일부 선진국도 신규 분양 주택에 한해 외국인 투자를 허용한다. 캐나다 일부 주(州)는 외국인이 주택을 구입할 때 취득가의 20%를 특별취득세로 부과한다. 내·외국인 차별이 없는 곳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등에 불과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부동산 정책에서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우대하지는 않는다.

한국은 외국인에겐 ‘부동산 투자 장벽’이 없는 나라로 꼽힌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외국인 투자법’ ‘외국인투자촉진법’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없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허가제였던 외국인 토지 취득 관련 제도를 신고제로 바꾸고 부동산 구입자금의 반출 규제를 폐지했다. 취득세와 재산세 등 관련 조세에서도 내국인과 차별이 없다.

외국인만 피해가는 대출규제

최근 들어 한국 부동산 정책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외국인 동등’을 넘어 ‘외국인 우대’로 변질되고 있다. 외국인은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강화된 각종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역차별로 꼽히는 것이 투기지역, 투기과열지역, 청약조정지역 등 이른바 ‘관리지역’ 대출 규제다. 외국인은 사실상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3대 대출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다수 외국인은 한국에서 자국 은행이나 외국계 은행과 거래하기 때문에 규제 밖에 놓여 있다. 설령 정부가 규제에 나서더라도 본국이나 홍콩 등 글로벌 금융허브에서 대출 승인을 받은 뒤 서울 지점에서 자금을 인출하면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외국인은 ‘양도소득세 폭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내국인에 비해 관련 제도를 악용할 경우 이를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부동산을 매입한 뒤 해당 주택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의 경우 업무상 본국 복귀 등의 이유를 둘러대고 단기 차익을 챙겨 떠나도 국세청이 이를 일일이 확인해 100% 세금을 추징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외국인 탈세 방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탈세를 목적으로 범법과 탈법을 저지르는 외국인을 모두 잡아내기엔 역부족이다.

혜택 과도한 '부동산 영주권제'

제주도 등 6개 시·도 12개 지구에서 시행 중인 ‘외국인 부동산투자 이민제도’도 외국인 특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외국인이 이곳에서 5억원 이상 부동산을 구입하면 국내 거주 자격을 주고 5년 뒤 영주권을 부여한다.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외국과 달리 고용창출 조건이 없는 데다 투자 후 1년에 하루씩 단 5일만 거주해도 5년 뒤 지방선거권과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지는 영주권이 나와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휴양용 콘도와 별장이 대상인 제주도의 경우 외국인은 취득세(취득가 12%→4%)와 재산세(시가표준액 4%→0.25%)도 감면받는다. 내국인은 이런 혜택이 없다.

주요 국가들은 투자 유치가 목적이라도 산업단지 등 생산시설에 한해 세제 혜택을 준다. 주택에 대해서는 내국인과 같거나 약간 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분양 해소 등 특정 지역 민원에 편승한 정치권과 부동산 시장을 규제 대상으로 보는 정부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부동산 내국인 역차별’을 하고 있다.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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