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알뜰폰 업체와 ‘상생’
LG유플러스는 중소 알뜰폰을 지원하는 ‘U+MVNO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인스코비, 와이엘랜드, ACN 등 LG유플러스 이동통신망을 빌려 쓰는 중소 12개 알뜰폰 업체가 대상이다.
알뜰폰은 통신사업자(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아닌 업체가 통신사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자체 브랜드로 서비스하는 폰이다. 통신사와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하는 장점이 있다.
이번 상생안에는 중소 알뜰폰 업체를 돕는 공동 마케팅과 유통망 확대, 인프라 지원 등이 담겨 있다. 항공사들이 다른 항공사와 스타얼라이언스, 스카이팀 등 협력관계를 구축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같다.
구체적으로는 LG유플러스 홈페이지에 알뜰폰 업체 홈페이지를 연동해 알뜰폰 가입자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알뜰폰 업체와 선착순 이벤트 등의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LG유플러스의 전국 2200여 개 대리점에 알뜰폰 유심 전용 판매대를 설치하고 담당 인력도 충원한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폰 단말기 구매 협상력이 약한 중소 알뜰폰 업체를 위한 대책도 내놨다. 각 업체의 단말기 수요를 한데 모아 자사 이동통신망 사업(MNO) 네트워크를 활용해 저렴하게 구입하기로 했다. 김시영 LG유플러스 MVNO 해외서비스 담당은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 사업자들이 시장 위축을 우려하고 있어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알뜰폰은 잠재력 있는 시장”
알뜰폰업계는 침체를 겪고 있다. 가입자가 지난 4월 810만 명을 찍은 뒤 7월 806만 명으로 줄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국민은행과 제휴해 통신업계 처음으로 5G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기로 했다. 알뜰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잠재성 있는 시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은 2018년 기준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12.0%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15.0%), 덴마크(34.6%) 등보다 낮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국내 알뜰폰 비중이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저가 요금을 쓰는 취약계층이나 선불폰을 선호하는 외국인 등 확실한 알뜰폰 수요가 있다”며 “놓치기 아까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나갈 전망이다. CJ헬로는 현재 SK텔레콤과 KT 망을 사용하고 있지만 향후 LG유플러스 망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기준 알뜰폰 시장에서 LG유플러스 망 이용자는 99만 명 수준으로 SK텔레콤(377만 명), KT(330만 명)에 크게 못 미친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의 공세에 불편한 기색이다. KT는 LG유플러스의 상생안에 대해 “공정위의 CJ헬로 인수 심사에서 알뜰폰 사업의 분리 매각 등 인가 조건이나 시정조치 부과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응했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할 때 알뜰폰 사업부는 떼어내고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