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여행사 수난 시대

입력 2019-09-24 17:40   수정 2019-09-2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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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새벽 비행기를 타러 왔는데, 여행사 파산으로 항공편이 취소됐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아이 둘의 첫 해외 여행지로 미국 디즈니랜드를 택하고 2년 동안 돈을 모아서 여행상품을 샀어요. 날려버린 돈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실망하는 걸 보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사인 영국의 토머스 쿡(Thomas Cook·1841년 설립)이 파산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토머스 쿡 여행상품을 이용 중이거나 계약한 사람은 영국인 15만 명 등 전 세계 60만 명에 이른다. 영국 정부는 자국 여행객 송환을 위해 대형 수송기 94대를 투입했다.

178년 전통의 여행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원인은 급변하는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행업의 아버지’ 토머스 쿡이 세운 이 회사는 16개국에서 200여 개의 호텔·리조트와 5개 항공사 등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저렴한 온라인 예약 사이트와 저비용 항공사에 밀려 어려움을 겪었다. 지나친 할인 이벤트로 출혈 경쟁에도 내몰렸다.

대외 악재까지 겹쳤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파동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금융비용이 늘었다. 파운드화 폭락으로 여행 수요가 줄었는데도 오프라인 지점 500개를 유지하느라 고정비를 계속 지출했다. 그 결과 부채가 17억파운드(약 2조5251억원)로 불어났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한국 여행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유여행 수요가 늘면서 전통적인 패키지여행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 틈새를 글로벌 온라인여행사들이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하나투어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2% 줄었다. 모두투어의 영업이익도 반토막이 났다. 항공권 판매업체 탑항공을 비롯해 더좋은여행, 싱글라이프투어, e온누리여행사 등은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토머스 쿡의 파산은 코닥의 몰락과 닮았다”고 진단한다. 시장이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는데 전통적인 필름에만 매달리다 파산한 코닥의 전철을 밟았다는 얘기다.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마르셀 프루스트)이라는 말처럼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면 언제든 눈 뜨고도 앞을 못 보는 청맹과니가 될 수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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