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세계유산 등재 추진"

입력 2019-09-25 03:00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며 “남북 간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연속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이 밝힌 ‘국제평화지대’ 구상은 북한의 체제 보장을 위한 오랜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손에 쥐여지는 ‘당근’이 필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지속적인 평화’라는 유엔의 목표는 한반도의 목표와 같다”며 “세계 평화와 한반도 평화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했다. 이어 “유엔 회원국들의 협력 속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길을 찾아내고 마련해갈 것”이라며 국제평화지대를 조성하자는 제안을 했다. 국제사회가 나서서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면 한반도의 전쟁을 방지할 뿐 아니라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복안이다.

‘유엔지뢰행동조직’과 힘을 모아 비무장지대에 오랜 세월 박혀 있는 지뢰를 공동 제거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데, 한국군이 단독으로 제거한다면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협력을 통해)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확대, 내년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 등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유엔의 혜택을 많이 받은 나라’로 경제력을 키워온 만큼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선진국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해온 데 대해 사의를 나타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 전개 속도에 따라 대북 인도지원 부문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북 인도지원과 관련해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에 800만달러를 공여했고, WFP를 통해 쌀 5만t 지원을 추진 중”이라며 “비핵화 진전에 따라 더욱 확대할 용의가 있다”고 약속했다.

뉴욕=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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