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악동뮤지션, 성장과 성숙 가득 싣고 음악적 '항해' 나선다 [종합]

입력 2019-09-25 16:43   수정 2019-09-25 21:41


악동뮤지션(AKMU)이 돌아왔다. 군대에서의 '항해'를 마친 이찬혁은 이제 악동뮤지션으로서의 '항해'에 나선다. 한층 성숙해진 마음과 정신을 고스란히 배에 실어 돛을 올렸다.

악동뮤지션(이찬혁·이수현, 이하 악뮤)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세 번째 정규앨범 '항해'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악뮤의 정규 3집 '항해'는 지난 2017년 7월 발표한 '써머 에피소드(SUMMER EPISODE)' 이후 2년 2개월 만에 발매하는 신보다. 앞서 이찬혁이 지난 5월 29일 해병대를 만기 전역하고 내는 첫 앨범이라 더욱 기대를 모으는 상황.

이찬혁은 "정확히 2년 정도 준비한 앨범이다. 재작년 9월에 이 노래를 만들고, 만든 몇일 이후에 '썸데이페스티벌'이라는 곳에서 선공개했다. 그때부터 이 노래는 타이틀곡이었다. 거기서 출발해서 군 생활하면서 배를 탔던 경험들을 잘 접목해 앨범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악뮤는 성장과 경험을 바탕으로 나이대에 맞는 음악들을 선보여왔다. 한 해, 두 해 자라는 모습 자체를 노래에 투영해 누구도 표방할 수 없는 '악뮤표' 음악을 만들어냈다. 정규 1집 '플레이(PLAY)'에는 순수한 마음을 가득 담았고, 이어 정규 2집 '사춘기'에서는 한층 성장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번 앨범 '항해'는 상큼발랄한 기존의 분위기에서 탈피해 내면의 이야기에 집중, 악뮤 이찬혁의 자유와 철학을 다뤘다.

'항해'는 '떠나다'라는 키워드로 이별의 테마를 풀어낸다.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비롯해 '뱃노래', '물 만난 물고기', '달' '프리덤(FREEDOM)', '더 사랑해줄걸', '고래', '밤 끝없는 밤', '작별 인사', '시간을 갖자'까지 총 10곡이 수록됐다.

'악뮤=상큼함'이라는 공식을 깨기 위한 이찬혁의 고민이 깃든 앨범이기도 한 '항해'. 이찬혁은 "이전 앨범까지는 수현이의 발랄한 면들이 악뮤에 잘 어울리고 시너지를 내기 때문에 그걸 따라가려고 노력했던 편이다. 타협하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이번 만큼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었다. 수현이 입장에서는 조금 불친절했을 수 있지만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성장하는데 집중해서 앨범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찬혁의 성장이 '항해'의 밑그림이라면, 이수현의 배려는 그 위에 색을 칠하는 물감이었다. 이수현은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확실히 지금까지 했던 것들 중에서 가장 오빠에게 초점이 맞춰진, 오빠의 이야기가 있는 앨범"이라면서 "나는 오빠가 군대에 있는 동안 조금이나마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지만 오빠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맞춰주고 배려해줘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녹음을 하고, 음악을 만들어가면서 이게 점점 나의 것이 되더라. 2차 과정으로 내 것이 되더니 결국에는 악뮤의 것이 된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항해'를 위한 돛을 단 이찬혁에게서는 깊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이찬혁은 "사람이 좀 지루해보일 수도 있는데 철학적으로 많이 생각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자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또 여러가지 환경에 대한 것도 말하고 있다. 기존 한국 가요에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일상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소재들을 사용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항해'를 완성하는데에는 군대에서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이찬혁은 "배를 타면서 대부분의 곡들을 썼다. 수록곡 제목들도 대부분 '항해'라는 타이틀과 잘 어울리는데 다 배에서 만들어서 그렇다. 기타도 없는 환경에서 수첩과 볼펜만 가지고 가사를 적고 거기다 멜로디를 붙여서 계속 붙잡고 외우면서 작업했다. 한 달 동안 배를 탔는데 그렇게 작업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찬혁은 '항해' 발매와 함께 소설 '물 만난 물고기'도 출간한다. 앨범과 연계성을 띈 이 소설 역시 이찬혁의 세계관으로 꽉 차 있다. "10시 소등 이후에 자기계발시간을 투자했다"고 말문을 연 이찬혁은 "남들 자는 시간에 집필했던 소설이다. 소제목들이 앨범에 있는 수록곡들로 구성돼 있다. 연관성이 아주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독자의 상상력을 북돋아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고 했다.

군 복무 기간에도 아티스트로서 치열한 시간을 보냈던 것. 이는 이수현도 동일했다. 악기를 배우고, 꾸준히 공부한 끝에 수록곡 '작별 인사' 편곡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는 "오빠가 군대에서 녹음 기기를 쓸 수 없다 보니까 음원을 쉽게 전달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내무반에 있는 공용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을 통해 기타로 들려주면 그걸 음성 녹음으로 받아내는 작업을 했다"면서 "미디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연습처럼 이 노래 데모를 만들었는데 오빠가 그냥 이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제안을 해줬다. 적재, 하림 선배님께 부탁을 드려서 기타와 하모니카로 굉장히 심플하게 옛 감성을 많이 살려서 편곡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빠가 군대를 갈 때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준비돼 있고, 성장해 있는 악뮤가 되자고 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더 업그레이드되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혼자 사회를 겪으며 여러 감정들을 배우게 됐다. 악기 레슨도 많이 받고, 보컬의 스케일뿐만 아니라 이제는 감정을 노래하는 법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다양한 감정들을 어떻게 노래해야하는지를 공부했다"고 했다.

악뮤의 공백기를 책임지기도 했다. 이수현은 "오빠의 빈자리를 최대한 채워보고자 예능프로그램 등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오히려 열심히 활동할수록 음악에 대한 갈증이 훨씬 커지더라"면서도 "'비긴어게인'이나 '슈퍼밴드' 같은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배운 게 많았다. '비긴어게인'을 통해 선배님들이 노래 부르는 걸 보면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노래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슈퍼밴드'로는 새로운 악기들을 접하면서 지식적인 부분이 쌓였던 것 같다. 유튜브나 DJ로서는 진행이나 스스로를 어필하는 법을 배우고 이를 표출했다"고 밝혔다.

이찬혁은 "환경이 중요한 것 같다.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내가 처한 상황 자체가 내 나이를 나타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앨범명 자체도 내가 있었던 환경과 너무 잘 어울리는 '항해'다. 경험이 앨범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행 같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찾아서 할 생각이다"고 했다.


악뮤에게 공백기는 '일시 정지'가 아닌 성장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팀명 역시 '악동뮤지션'보다는 '악뮤'를 내세우고 있다. 이수현은 "'악동'이 즐거울 락에 아이 동이다. 아이일 때는 좋았지만 이제 둘다 성인이 됐고, 앞으로 해나갈 음악성에 제한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아이 동이라는 걸 빼고 악뮤로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게 음악적으로도, 아티스트적으로도 한뼘 더 자랐다는 악동뮤지션. 이수현은 "서로 작업하는 것에 있어서 존중해주는 마음의 크기가 넓어졌다.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에 오빠보다도 내가 더 오빠의 빈자리를 느꼈을 것"이라며 "결과물을 내보이지는 못했지만 솔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겁도 없이 오빠의 손을 떠나서 만들어보겠다고 했다가 굉장히 힘들었던 일들이 많아 오빠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오빠가 정말 노래를 잘 쓴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싸우지 않고 존중하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심경을 담아 사죄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고. 이찬혁은 "사실 남매라는 관계가 서로 인정해주기 어려운 관계지 않냐. 그런데 손글씨로 직접 편지를 써 자신의 어려움을 고백하고 인정한다는 게 고마웠다. 나 역시 수현이를 아티스트로 조금 더 존중해주는 계기가 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이수현은 "오빠가 곡을 쓰고, 내가 노래를 해서 조화롭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서로의 영역을 많이 침범하고 있다. 그러나 작사, 작곡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정말 나만의 가치관이 뚜렷하게 있어야 가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성장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작사, 작곡을 세상에 내놓을 생각이 없지만 최종 목표는 전곡 프로듀싱에 이찬혁, 이수현의 이름이 같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찬혁은 "다음 앨범"이라고 즉답했다. 그는 "지금의 앨범을 만들면서 다음에 만들어 갈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늘 그래왔다. 성장형 앨범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다음 앨범에 들어갈 노래를 할 수 있게끔 진화하는 게 이번 앨범의 목표"라고 전했다.

이수현은 "모순된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성적을 신경쓰지 않는데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한다. 노래 한 곡을 많이 들어서 차트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우리가 만든 노래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마음으로 들어주셨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라고 했다.

악동뮤지션의 정규 3집 '항해'는 이날 오후 6시에 공개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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