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율주행 합작사 설립에 부품株도 '부르릉'

입력 2019-09-25 17:49   수정 2019-09-26 01:10

현대자동차가 총 4조8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사를 세운다는 소식에 자율주행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합작사가 만도 등 한국의 일부 대형 자동차 부품회사와 경쟁관계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자율주행의 단계적 적용을 고려했을 때 한국 부품사는 오히려 수혜 대상”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만도는 850원(2.44%) 오른 3만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만도는 전날 현대차의 자율주행 합작사 투자소식이 악재로 인식되면서 7.18% 급락했다. 하지만 이날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만도는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생산한다. ADAS와 관련해 585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만도는 ‘레벨2’ 수준의 ADAS를 현대차와 기아차 주요 모델에 납품하고 있다. 레벨2는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가 분류한 기준으로 고속도로 등에서 운전자가 손을 놓고 차량이 자율주행하는 수준을 말한다.

레벨4부터가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현대차는 합작사를 통해 레벨4~5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놓고 자동차업계에선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와 현대차 합작사가 경쟁관계에 놓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 업체들이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가 합작사를 통해 개발하려는 기술은 최종적 자율주행 레벨인 만큼 발전단계별로 중간 단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만도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466억원으로, 올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합작 사업은 개발 범위를 레벨4~5로 한정했고, 자율주행 플랫폼 중 소프트웨어만 개발한다”며 “센서와 제어기능 개발에 집중해온 현대모비스와 만도는 레벨2~2.5단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합작사의 경쟁영역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투자로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부품사들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조시스템 개발사인 한온시스템도 이날 100원(0.82%) 오른 1만2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율주행차에 장착하는 인공지능(AI) 컴퓨터 등의 발열을 관리할 열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온시스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야간 자율주행의 핵심기술인 적외선 영상센서 제조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아이쓰리시스템도 자율주행 수혜주로 꼽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율주행 시장이 커질수록 통신·보안 기업은 물론 차량 내 스피커, 디스플레이,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등 수혜주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관련 산업의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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