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신안산선…철도망 건설 빨라진다

입력 2019-09-25 17:33   수정 2019-09-26 00:57


정부가 내년 6조3000억원을 투입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안산선 등 철도 건설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GTX-C, 수서~광주선은 내년 처음으로 예산이 편성된다. 대부분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잇는 노선인 만큼 남양주 인천 부천 등 외곽 지역의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GTX 등 광역철도에 4405억원 투입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철도국 예산 정부안’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내년 철도국 예산은 6조3000억원으로 올해(5조3000억원)보다 19.3% 늘어난다. 이 예산은 고속·일반 철도 등 6개 분야 총 68개 세부사업에 쓰인다. 이 중 연구 분야를 제외한 철도 건설·운영과 관련한 5개 분야 예산이 당초 안보다 증액됐다.

국토부는 수도권 교통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GTX 등 광역철도 건설에 예산을 더 쓰기로 했다. 올해 3650억원인 광역철도 사업 예산을 내년 4405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말 착공식 행사를 연 GTX-A노선(파주 운정~동탄)에는 내년 1350억원이 편성됐다. 건설보조금, 보상비 등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말 예타 통과 뒤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GTX-C노선(양주 덕정~수원)에는 내년 민간투자시설사업기본계획(RFP) 수립 등을 위해 예산 10억원이 신규 반영됐다. 지난달 예타를 통과한 GTX-B노선(송도∼남양주 마석)은 연내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GTX는 지하 40m 밑 대심도에서 평균 시속 100㎞로 달리는 철도다. 일반 도시철도(30㎞/h)보다 세 배가량 빠르다. 개통 뒤 수원 파주 등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까지의 이동 시간이 30분대로 줄어든다.

올해 8월 착공한 신안산선(안산 시흥~광명~여의도)에도 보상비 지급을 위해 908억원이 배정됐다. 신안산선은 안산(한양대역)에서 출발해 시흥 광명을 거쳐 여의도까지 44.7㎞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다. 사업비 3조3465억원을 투입해 15개 정거장을 짓는다. 개통 후 시흥시청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이동 시간은 53분에서 22분으로 단축된다. 올해 초 선정된 예타 면제 사업에는 내년 673억원이 새로 투입된다. 평택~오송 2복선화(80억원), 남부내륙철도(150억원), 충북선 고속화(94억원), 석문산단 인입철도(60억원), 대구산업선 인입철도(89억원), 포항~동해 전철화(200억원), 대전 도시철도 2호선(70억원), 도봉산 포천선(49억원) 등에 예산이 편성됐다.

수도권 외곽 ‘수혜'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 외곽 지역이 얻는 수혜 효과가 어느 곳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개통 뒤 서울 도심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때문이다. 인구 42만 명이 살고 있는 시흥시는 소사~원시선 개통 전까지 도심을 관통하는 지하철이 하나도 없었다. 양주 옥정지구는 지하철은커녕 여의도·광화문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향하는 광역버스조차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GTX와 신안산선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광역철도인 만큼 개통 후 출퇴근 시간이 3분의 1 이상 줄어든다”며 “다중 역세권으로 재탄생하는 지역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업 기간이 긴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철도 사업은 공사 기간이 60개월이다. 이마저도 돌발변수 때문에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개통한 9호선 3단계 구간(서울 잠실운동장~보훈병원)은 싱크홀과 예산 부족 탓에 8년 동안 공사했다. 2014년 착공한 7호선 석남연장(부평구청~석남) 사업도 개통이 2018년에서 2021년으로 늦춰졌다. 사업비 조정, 시공사 파산 등이 이유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이뤄진 대규모 노선 신설 공사 중 당초 개통 목표 시점에 맞춰 개통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막대한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B노선의 사업비는 5조7351억원이다. A노선(3조3641억원), C노선(4조3088억원)까지 더하면 GTX 건설에만 나랏돈 13조4000억원이 쓰인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예타 면제 사업에도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재정 낭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남부내륙철도 사업은 경제성이 부족해 두 차례나 무산됐다. 비용편익비율이 각각 0.3, 0.72에 그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경제성이 부족한 사업에 섣불리 재정을 투입하면 막대한 재정이 낭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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