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서울에서 최대 주택 구매층으로 떠올랐다. 40대는 주거여건이 더 나은 인기주거지역으로 연쇄이동하고 있다. 집값이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내집마련 또는 강남권 입성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지난여름 시작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을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실수요자 힘으로 집값이 오르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청약 배제된 30대 내집마련 나서
서울과 준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치솟자 생애 최초로 내집마련을 하는 30대가 늘고 있다. 주로 청약보다 기존 중고주택 매입을 통해서다. 30대는 청약가점이 낮아 인기주거지역에서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이 불가능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30대(2608건)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40대(2495건)를 넘어섰다. ‘40대가 서울 아파트 주요 수요층’이라는 통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올 1월 총 479건이었던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8월 들어 5.4배 늘었다. 30대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올 1월 25%대였던 30대 매매건수 비중은 8월 30%로 증가했다. 30대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노원구 아파트(224건)를 가장 많이 매입했다. 이어 송파구(193건), 성동구(188건) 순으로 구입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아파트값이 더 멀리 달아나버릴 것이란 불안감이 30대 실수요자를 움직이고 있다”며 “가능성 없는 청약 당첨을 대책 없이 기다리는 것보다는 기존 중고주택이라도 사놓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뒤 서울에서 분양한 4개 단지의 평균 당첨 가점(전용면적 85㎡ 이하 기준)은 61.8점으로 뛰었다. 올해 1~7월 서울의 평균 당첨 가점은 48점이다. 60점대는 배우자를 포함해 최소 세 명을 부양하는 40대 후반 무주택자가 받을 수 있는 점수다. 62점을 얻으려면 무주택 기간 15년(30점), 청약통장 기간 15년 이상(17점), 부양가족 2인(15점)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상한제 시행 전 당첨을 받으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당첨 가점이 높아졌다”며 “정부의 상한제 시행 발표가 30대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을 더 어렵게 했다”고 말했다.
40대는 갈아타기
이미 ‘내 집 마련’에 성공한 40대는 주거환경이 한 단계 더 높은 지역으로 갈아타기를 하고 있다. 세법상 1주택이 가장 유리하다 보니 다주택자가 되는 대신 주거지 상향 조정을 선택하고 있다. 박홍근 의원실이 올 1~8월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강남구 아파트(894건)를 가장 많이 매입한 연령대는 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는 이어 노원구(839건), 송파구(809건) 순으로 아파트를 많이 매입했다. 연령대별 매입 비중으로 따지면 서초구에서 40대가 34.5%를 차지했다. 강남구에선 39.7%, 송파구에선 31.8%를 점유했다.
갈아타기용 실탄 확보를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는 둔화한 반면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은행권 기타대출은 2조7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으로는 2018년 10월(4조2000억원) 이후 최대였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경기침체로 집값이 조정될 우려가 있다”며 “담보인정비율(LTV) 30% 안에서 저평가된 역세권 아파트를 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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