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인구구조 연구에서 대표적 권위자로 꼽히는 중국 경제학자 제임스 량 베이징대 교수는 신간 <혁신을 이끄는 인구혁명>에서 “인구구조의 변화와 흐름이 다른 어떤 요인보다 혁신 경쟁을 주도하는 핵심이며 향후 경제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은 교육과 이민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증가에 따라 제공되는 지원과 같은 사회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고령화됨에 따라 미래 혁신을 이끌 국가들의 위치도 변할 수밖에 없다”며 “혁신 역량은 근본적으로 인구 규모, 지리적 집중(집적화), 인구 연령 구조(고령화) 등 세 가지를 통해 작용한다”고 말한다. 책은 인구 구조가 각국 혁신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다양한 사례와 정교한 수치와 그래프로 일목요연하게 풀어간다.
이 책이 기존 인구 전망서와 차별화되는 대목은 국제 정세에 맞는 인구 정책을 각국 현재 상황에 맞게 현실적으로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저자가 한국어판을 위해 추가로 집필한 6장 ‘한국의 인구구조 추이와 분석 전망’이 눈에 띈다.
저자는 한국이 블룸버그혁신지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일부 경제지표에서 세계 선두를 달렸고, 현재 한국 젊은이들 역시 기업가 정신이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의 혁신역량이 뛰어난 것은 높은 교육열 아래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와 비교적 젊은 인구 구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르게 진행 중인 고령화와 함께 지난해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8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출생률(0.98명)로 인해 향후 미래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출산 수준이 변하지 않는다면 미래 한국 인구의 재생산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인구는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를 비롯해 전 세계가 인구구조의 영향을 과소평가해 왔다”고 지적한다. 또 “미래 혁신 경쟁은 인적자본 개발 경쟁이 될 것이며 승자는 고숙련 노동자들을 많이 육성하고 조성할 수 있는 국가나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그는 “세계화는 상품 거래뿐만 아니라 혁신을 위해 국경을 초월해 협력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며 “따라서 사람, 아이디어, 자본의 국제적 흐름을 제한하는 이른바 ‘고립주의’를 펼치는 나라는 향후 더 많은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말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