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잔탁의 성공 스토리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습니다. 잔탁의 시초를 알기 위해서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영국 약리학자 제임스 블랙은 10년 동안 위산 과다분비 억제제를 연구한 끝에 ‘시메티딘’이라는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합니다. 위에서 분비되는 히스타민2 수용체를 억제하는 길항제입니다. 시메티딘은 GSK로 합병되기 전 영국 제약회사 스미스클라인이 1977년 ‘타가메트’라는 제품으로 출시합니다. 블랙은 이 공로로 198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죠. 하지만 1982년 경쟁사인 글락소가 신종 위궤양 치료제를 내놓으면서 타가메트는 왕좌를 빼앗기게 됩니다. 이 제품이 이번에 문제가 된 ‘라니티딘’ 성분을 기반으로 한 잔탁입니다.
라니티딘은 시메티딘의 구성 요소를 조금 바꾼 것이었는데요. 워싱턴대 교수인 미켈 보쉬 야콥슨은 <의약에서 독약으로>라는 책에서 글락소 연구원들이 연구개발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잔탁을 새로운 약물처럼 특허 승인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랙이 공들인 연구 결과를 글락소가 거저 가져갔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사실을 사람들은 알 리가 없었습니다. 글락소는 마케팅의 귀재였는데요. 글락소 회장인 폴 지롤라미는 잔탁을 타가메트보다 1.5배 비싸게 팔았는데 사람들은 비쌀수록 좋은 약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글락소는 막대한 홍보 비용을 지출해 잔탁이 타가메트보다 더 우수하다고 홍보했고 이런 전략은 맞아떨어졌습니다.
잔탁의 별명은 영어로 ‘미투(me too)’였는데, 타가메트를 따라했다는 뜻이었으면 좋으련만 너도나도 그 약을 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고 하네요. 글락소는 역류성 위염과 식도염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약을 홍보했고 잔탁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스웨덴 제약사 아스트라는 1989년 미국 MSD와 제휴해 ‘프릴로섹’이라는 새로운 위궤양 치료제로 맞불을 놓았는데요. 히스타민2 수용체 길항제인 타가메트, 잔탁과 작용 기전이 다른 프로톤펌프 억제제(PPI)입니다. 아스트라는 PPI 제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비를 투입했습니다. 위산 분비 억제제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안 제약사들은 1~2년에 한 번꼴로 신종 위산 억제제를 출시했습니다. 한마디로 ‘위산과의 전쟁’이었죠. 잔탁이 쉽게 성공을 가로챈 대가를 이제서야 치르는 것일까요. 라니티딘은 이제 발암물질과 전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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