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 운동 중에 가슴통증 오면 심근경색 의심…10분 이상 지속 땐 즉시 병원가야

입력 2019-09-27 14:26   수정 2019-09-28 00:43


매년 9월 29일은 세계 심장의 날이다. 심장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여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세계 사망 원인의 1위인 심혈관 질환은 환절기에 위험한 질환 중 하나다. 40~50대 돌연사의 주범이다. 심장으로 혈액과 산소를 운반하는 관상동맥은 내벽이 크고 말끔한 파이프처럼 생겼다. 나이가 들면 내벽에 콜레스테롤 같은 기름찌꺼기가 쌓여 좁아진다. 동맥경화다.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면 협심증이 생긴다. 혈관이 혈전으로 꽉 막히면 심근경색이 된다. 심근경색의 원인과 예방법을 알아봤다.

40대부터 증가하는 심근경색

심근경색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8만2952명에서 지난해 11만773명으로 증가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40대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젊다고 안심하지 말고 위험인자나 잘못된 생활습관이 있다면 질병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과 정기검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람이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관상동맥이 좁아져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흥분하거나 심한 운동을 해 심장이 펌프기능을 왕성하게 하면 좁아진 관상동맥으로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않아 심장으로 산소가 충분히 가지 못한다. 이런 상태를 심장 허혈이라고 한다. 가슴이 아픈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협심증이라고 부른다. 심근경색증은 동맥 경화증으로 좁아진 혈관이 혈전이라고 불리는 피떡으로 막히는 병이다. 심장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장근육이 서서히 죽는다. 혈액순환이 완전히 차단돼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 이때 죽을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20~30분 넘게 지속된다. 통증뿐 아니라 실신, 호흡곤란, 급사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박 교수는 “안정된 상태에서도 가슴 쪽 통증이 왼팔 쪽으로 퍼져나가는 증상을 호소한다”며 “활발히 움직이거나 흥분해 생긴 흉통이 쉬어도 가라앉지 않고 10분 이상 지속된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명치끝이 아프고 식은땀이 나거나 호흡곤란이 있을 때도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 일부 환자는 심하게 체한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증상이 시작되면 쇳덩이가 짓누르거나 쥐어짜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병원 찾는 환자 절반은 건강했던 사람

혈관이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증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절반은 건강하던 환자이고 나머지 절반은 협심증 증상이 있던 환자”라며 “수일 전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운동부하검사나 핵촬영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뒤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있다”고 했다. 급성심근경색증이 생기면 심장마비가 일어나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환자도 있다.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도 사망률이 5~1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심근경색증이 생기기 쉬운 고위험군은 다양하다. 가족 중 심근경색을 호소하던 환자가 있다면 젊어서부터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가족이나 친척 중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근경색증 위험이 2.1배 증가한다. 사망한 사람이 두 명 이상이면 세 배 정도 증가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심근경색이 생길 위험이 높다. 복부비만이 심하거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도 위험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올라간다. 심장박동이 빨라져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추운 날씨에 심혈관계 질환이 늘어나는 이유다.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교감신경 활동이 늘어나 긴장감이 높아진다. 긴장했을 때 생기는 증상처럼 말초동맥이 수축하고 혈관 저항이 높아져 혈압이 오른다. 대개 11월부터 1월에는 혈압이 여름보다 수축기 7㎜Hg, 이완기 3㎜Hg 정도 올라간다. 동맥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인 동맥경화증 환자는 심혈관이 막힐 확률도 높다. 당뇨 환자도 마찬가지다.

관상동맥 막히면 스텐트로 뚫고 확장

관상동맥이 막혀 병원을 찾으면 이를 뚫고 확장하는 시술을 한다. 조영제를 관상동맥에 넣어 막혔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한다. 이때 막힌 혈관이 확인되면 스텐트를 넣어 혈관을 넓힌다. 대개 손목(요골동맥)이나 사타구니 옆 허벅지(대퇴동맥)를 국소 마취하고 가늘고 긴 관을 심장 관상동맥 입구까지 넣는다. 심장을 열고 수술하는 관상동맥우회술보다 회복 기간과 합병증이 적다.

이런 방법으로 가는 금속철망을 막힌 관상동맥에 넣어 넓히는 것을 스텐트 시술이라고 부른다. 시술 후 금속망 때문에 혈전이 생길 위험이 있어 평생 항혈전제를 복용해야 한다. 금속망이 다시 좁아져 흉통이 재발하면 재시술해야 한다. 심근경색 때문에 심장근육이 많이 손상되면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심부전이 된다. 심근경색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추운 날 새벽 찬바람에 노출되면 혈압이 갑자기 올라 심근경색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다면 환절기부터 겨울까지 새벽운동이나 등산을 삼가야 한다. 외출할 때 옷을 잘 입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일어날 때는 급하게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 혈압을 수시로 체크해 추운 날 혈압이 정상보다 높다면 외출을 삼가는 것도 좋다. 혈압이 계속해서 높다면 병원을 찾아봐야 한다. 음식에 넣는 소금이나 간장의 양은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다. 겨울철에는 활동량이 줄어 살이 찌기 쉽다. 신선한 야채를 많이 먹고 몸무게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평소와 다른 통증 있다면 바로 병원 찾아야

의사가 처방한 대로 혈압약을 정확히 복용해야 한다. 혈압은 평균 135~130/85~80㎜Hg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 갑자기 머리가 심하게 아프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통증도 마찬가지다. 특히 추운 날씨에 외출했는데 갑자기 왼쪽 젖가슴 부위가 조여오거나 평소보다 호흡곤란이 심하다면 심장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119에 전화해 최대한 빨리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니트로글리세린과 같은 응급약을 복용하는 것도 좋다. 담배와 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면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하지만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야외 운동할 때 주의해야 한다.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한다. 과음을 하거나 담배를 많이 피운 다음날 갑자기 아침운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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