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화 뚫리면 여기로 번진다 …'돼지열병' 확산 요주의 4곳

입력 2019-10-01 09:21   수정 2019-10-02 09:05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 29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의 도축장에서 신고한 아프리카돼지열병(Afreecan Swine Fever, ASF) 의심 돼지가 정밀검사 결과 음성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추가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최대 양돈 지역인 충남 홍성군이 음성 판정을 받아 많은 시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국내에선 9월 17일 파주시 연다산동 농장 3곳을 시작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16일이 지난 10월 2일까지 10개 지역이 ASF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5만마리가 넘는 돼지가 살처분됐습니다.

국내 ASF 확진 지역 (2019.10.2)

1. 9월 17일 파주시 연다산동
2. 9월 18일 연천군 백학면
3. 9월 23일 김포시 통진읍
4. 9월 24일 파주시 적성면
5. 9월 24일 강화군 송해면
6. 9월 25일 강화군 불은면
7. 9월 26일 강화군 삼산면
8. 9월 26일 강화군 강화읍
9. 9월 27일 강화군 하점면
10. 10월 2일 파주시 파평면

확정 판정을 받은 10개 지역 중 5개가 강화군입니다. 경기 북부에서 시작된 ASF가 열흘 만에 인천 강화군까지 내려온 만큼 추가적인 확산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ASF가 어떻게 퍼지는지 실마리를 찾기 위해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 법정가축전염병 발생현황 25년치를 살펴봤습니다. 결과적으로 인천 강화군에서 돼지 전염병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화도면이었습니다. 아직까지는 화도면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강화군을 넘어 전국에서 돼지 전염병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을 알아봅니다.

또한 시계열 분석을 통해 강화군에 이어 전염병이 발생한 지역이 어딘지 살펴보면 전염병이 확산된 경로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해외에서는 ASF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데이터를 통해 ASF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1995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 법정가축전염병 발생현황 25년치 데이터를 전수 수집 및 분석했습니다. 아쉽게도 ASF는 데이터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2019년 6월에 마지막으로 데이터가 갱신됐기 때문입니다. ASF를 제외하고 6개의 돼지 전염병(돼지오제스키병,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구제역, 돼지열병,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생식기형, 브루셀라병) 데이터를 통해 돼지 전염병이 확산하는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공하는 축산농장 정보제공 서비스 API를 통해 전국의 양돈농장 수를 수집했습니다. 1295개의 지역 데이터입니다. 지역별로 어디에 양돈농장이 많은지 살펴봤습니다. ASF가 발생한 지역 반경 3km 이내의 돼지를 살처분하기 때문에 양돈농장과 돼지 사육두수가 많을수록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제공하는 2019년 해외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현황 데이터를 수집·분석했습니다. 2019년 전 세계에 발생한 ASF와 관련하여 4217개의 데이터 레코드에 1만1674건의 발생 건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19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ASF의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전국 농장 20%' 충남 밀집
번지면 피해 막심한 이유

전국에서 양돈농장이 가장 많은 지역은 충청남도 홍성군입니다. 총 298개의 농장이 있습니다. 전국 5844개 양돈농장 중 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홍성군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58만 마리입니다. 전국의 돼지 1125만마리 중 마찬가지로 5%가 홍성에 있는 셈입니다.

홍성뿐만 아니라 충청남도 전반에 양돈농장이 많습니다. 홍성군에 이어 당진시 147개, 논산시 116개, 보령시 112개, 예산군 101개 순서로 뒤를 잇습니다. 충청남도 전체에는 모두 1177개의 양돈농장이 존재합니다. 전국 5844개 중 20%에 달하는 농장이 충청남도에 자리 잡은 셈입니다. 만약 ASF가 충청남도까지 퍼진다면 국내 축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충청남도에 이어 양돈농장이 많은 지역은 경기 858개, 경북 758개, 전라북도 714개, 경남 637개, 전남 580개, 충북 339개, 제주 289개, 강원 277개, 세종 54개, 인천 34개, 울산 33개, 대구 20개, 부산 18개, 광주 12개, 대전 7개 순서입니다.


'예방적 살처분' 극단 조치에도
강화 밖으로 번진다면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ASF 발생 농가 3km 이내의 돼지를 살처분해왔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 27일 강화군 내 모든 양돈농장에 대해 예방적으로 살처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0월 2일 기준 ASF 확진 판정을 받은 강화군 강화읍, 불은면, 삼산면, 송해면, 하점면 외에도 강화군에는 길상면, 내가면, 선원면, 양도면, 양사면, 화도면에 양돈농장이 있습니다. 이 지역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한다는 의미입니다.

극단의 조치를 통해 ASF의 확산이 강화군에서 멈춘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가는 최악의 수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강화 내 '화도' 원래 전염병 최다
전북 익산 637회 '전국 1위'

일단 이 인터랙티브 지도를 먼저 보시죠.



1995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법정가축전염병인 돼지오제스키병,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구제역, 돼지열병,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생식기형, 브루셀라병이 발생한 지역을 모두 지도 위에 시각화했습니다.

강화군 내 화도면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이전에도 돼지 전염병이 가장 많았습니다. 8회에 달합니다. 이어 강화군 불은면 7회, 강화읍 6회, 하점면 2회, 양도면 2회 순서로 다양한 돼지 전염병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강화군을 벗어나서 전국을 살펴볼까요.

지역별로 전북 익산 637회로 최다입니다. 이어 경기 용인 327회, 경남 김해 253회, 제주도 제주시 178회, 충남 홍성 164회, 충남 당진 159회 순서로 확진 횟수가 많습니다. 강화군 내부에서는 화도면 8회, 불은면 7회, 강화읍 6회, 하점면 2회, 양도면 2회, 양사면 1회, 길상면 1회, 선원면 1회 순서입니다.

양돈농장이 많을수록 돼지 전염병에 많이 감염된 경향을 보입니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은 발생 지역이 넓은 반면 발생 두수가 두 자리 이상으로 늘지 않았습니다.

반면 녹색으로 표시된 돼지오제스키병은 상대적으로 발생 지역이 좁지만 한번 발생하면 최대 53마리까지 발생했습니다. 전염병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강화 뚫리면 늘 여기로 번졌다
요주의 4곳 제주, 당진, 익산, 진천

이번에 ASF가 발생한 경기 북부지역과 인천 강화군 지역 또한 그동안 여러 돼지 전염병에 시달렸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강화군에서 돼지 관련 전염병이 발생한 이후, 이어 전염병이 많이 발생한 지역은 어디일까요?

이 단서를 통해 향후 ASF가 어디로 번져나갈 수 있는지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1위는 역시 인천 강화군입니다. 40회에 달합니다. 하나의 전염병이 발생하고 5회 이내에 발생한 다른 전염병을 '연속 발생'으로 가정했을 때 모두 40회 가량의 전염병이 강화군 내부에서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이번 ASF 사태와 마찬가지로 강화군 내부에서 연달아 전염병이 확산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많았다는 뜻입니다. 강화군 송해면에 이어 강화군 불은면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강화군에 이어 전염병이 연달아 발생한 지역과 횟수는 제주도 제주시 11회, 충남 당진시 9회, 충북 진천군 8회, 전북 익산시 8회, 제주 서귀포시 7회입니다.

상식적으로 인천과 제주도는 멀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납득하긴 어렵습니다. 제주도에 양돈농장이 많기 때문에 단지 우연히 연달아 전염병이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살아있는 돼지가 육지에서 제주로 이동하면서 전염병이 옮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추가 ASF 확진이 나올 때마다 정부가 48시간 전국 가축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SF 확산 경로 '불명'
태풍 영향? 서해안 조심해야

이렇듯 과거 강화군에 이어 연달아 돼지 전염병이 전국으로 퍼지는 현상을 자주 발생했습니다.

다만 ASF가 어떤 경로를 통해 확산하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ASF 감염 경로는 바이러스가 든 잔반 급여, 감염된 야생 멧돼지나 진드기, 사람의 농장 방문 등입니다.

방역 당국은 2019년 5월 북한에서 ASF가 발생한 뒤 대북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 사례가 잇따른 점을 고려해 멧돼지나 감염 돼지의 분뇨를 통한 전염도 의심하고 있죠.

앞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파주·김포·연천·강화 농가의 감염 경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태풍을 비롯한 자연 현상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태풍이 원인이라면 강화군에 이어 서해안에 접경한 충남 당진시에서 ASF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ASF 바이러스가 물을 통해 이동할 경우 변성돼 감염이 어렵다며 야생 멧돼지로 인한 전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아시아 야생 멧돼지 감염 '0건'
원인 오리무중-피해는 막심

해외 사례를 비교했을 때 야생 멧돼지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희박해보입니다. 2019년 전 세계 ASF 발생 건수는 모두 1만1674회입니다. 그 중 아시아에서 발생한 ASF는 모두 6271회로 54%에 달합니다.

아시아에서 발생한 6271회 중 야생 멧돼지가 ASF에 감염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습니다. 주로 폴란드(1398회), 헝가리(1060회), 벨기에(504회), 루마니아(501회)와 같은 유럽 국가에서 야생 멧돼지의 ASF 감염 사례가 발견됐습니다.

물론 야생 멧돼지에 의한 감염을 완전히 배제하면 안 되겠지만 아시아에 한해서는 야생 멧돼지에 의한 ASF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부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ASF 전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멧돼지 포획을 강화하는 한편 무리한 사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대대적인 멧돼지 사냥에 나설 경우 멧돼지의 이동성이 오히려 증가해 바이러스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분명한 건 확산을 막아야한다는 점입니다.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피해가 막심하다는 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베트남에서는 2019년 2월부터 8월까지 6083건의 ASF가 발생해 약 380만 마리의 사육 돼지가 살처분됐습니다. 베트남에서 사육하는 전체 돼지 3000만 마리의 13%에 달합니다.

이러한 참사가 한국에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당국의 철저한 방역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



#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박진우 한경닷컴 기자 dan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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