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보라색' 마켓컬리, '푸드 바스켓' 될뻔한 사연

입력 2019-09-28 08:49   수정 2019-09-28 08:55


새벽배송 시대를 연 온라인 식재료 쇼핑몰 마켓컬리가 친환경을 앞세워 2차 배송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모든 포장재를 전환해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지난 24일 마켓컬리는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샛별배송 포장재를 종이로 전면 교체한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새로운 배송 포장재 정책과 앞으로의 추진 계획이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해 온 힘을 쏟아왔다"며 "이제 지구와 환경을 위한 배송 포장재의 전환을 통해 기업과 사람, 환경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마켓컬리는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들에 사랑을 받았지만 반대로 과대 포장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마켓컬리의 이번 조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즉각 행동에 나선 것이어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마켓컬리는 회사의 출발이 신선 및 친환경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마켓컬리라는 이름 뜻은 '식문화의'라는 뜻의 영단어 'culinary·컬리너리'에서 시작됐다. 이 회사명은 2015년 서비스 오픈을 위해 꼭 이름을 정해야 했던 마지막 날 최종적으로 결정됐다.

회사 설립 후 서비스 오픈까지 4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입점할 생산자를 찾아다니는 게 가장 중요했던 김 대표는 회사 브랜드명 정하는 것을 마지막까지 미뤘다. 그러다가 시간에 쫓겨 급하게 떠올린 키워드가 '푸드'와 '올가닉'이었다. 결국 처음 결정된 이름은 '푸드바스켓', '올가플러스'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이름들이 직관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관련 시장에는 비슷한 키워드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경쾌하고 친숙하지만 기존의 '푸드', '오가닉'과는 차별화된 키워드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식재료 '컬리플라워'가 떠올랐다. 컬리플라워의 앞 글자인 '컬리'만 따로 곱씹어 불러보니 친한 친구 이름을 부르는 듯 편안했다.

게다가 '식문화의'라는 뜻을 가진 컬리너리의 스펠링과도 잘 어울렸다. 여기에 '마켓(market)'이라는 단어를 붙여 회사의 정체성도 담았다. 종합하면 이 시대에 새로운 식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마켓컬리의 상징색인 보라색에 대해서도 궁금해한다. 김 대표는 식재료가 돋보이게 하는 색이 무엇일까 또 한참을 고민했다. 보통 식재료라고 하면 초록색, 주황색, 노란색을 떠올렸지만 너무 흔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다양한 식재료의 색감을 분석하다 문득 보라색이 식재료 색감을 도드라지게 한다고 느꼈다. 최적의 보라색을 찾기 위해 PPT에 '컬리'라는 브랜드명을 쓰고 끊임없이 색을 바꿔봤다. 이렇게 결정된 '컬리퍼플' 컬러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SNS 인증을 하는 등 좋은 반응이 이어졌고 마켓컬리만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회사 탄생에서부터 신선과 친환경을 강조한 마켓컬리는 이제 종이로 소재를 바꿔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배송에 나섰다. 당장 지난 25일 샛별배송 냉동 제품 포장에 사용하는 스티로폼 박스부터 친환경 종이 박스로 변경했다. 비닐 완충 포장재는 종이 완충 포장재로, 비닐 파우치와 지퍼백은 종이 파우치로, 박스테이프는 종이 테이프로 바꿔 플라스닉과 스티로폼, 비닐 사용을 최소화했다.

마켓컬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사용량 기준 연간 750t의 비닐과 2130t의 스티로폼 감축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하루 물동량 기준 샛별배송의 비중은 약 80%에 달해 단계별 도입에도 가시적 감축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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