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충돌시 전투기 출격 시사한 日 방위백서

입력 2019-09-27 17:15   수정 2019-09-28 01:42

일본 정부가 올해 방위백서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독도 상공 침범이나 무력충돌 시 자위대 전투기 발진 가능성 등 군사 행동까지 시사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수출규제 문제 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한·일 관계가 앞으로도 험로를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일본 정부가 이날 각의를 열어 채택한 2019년도 방위백서에 따르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는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라고 서술됐다. 15년째 반복된 주장이다. 백서는 ‘영공 침범에 대비한 경계와 긴급 발진’ 항목에 “러시아의 조기경계관제기가 시마네현 다케시마 영해 상공을 침범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영공 침범 사례로 소개했다. 또 “영공 침범의 위험이 있는 항공기를 발견한 경우에는 전투기 등을 긴급 발진시켜 그 항공기의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 그 항공기가 실제 영공을 침범한 경우에는 퇴거토록 경고 등을 한다”고 썼다. 사실상 독도에서의 군사 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가 항공자위대의 대처 근거로 삼는 규정인 자위대법 84조는 ‘외국 항공기가 국제법규나 항공법 등을 어기고 일본 영공에 침입하면 방위상은 자위대가 해당 항공기를 착륙시키거나 쫓아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외교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한·일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날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와 일본 무관을 각각 초치하고 항의와 함께 철회를 촉구했다.

방위백서가 발표되기 불과 몇 시간 전 한·일 외교장관은 첫 상견례를 했지만 견해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신임 외무상과 상견례를 겸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한·일 외교수장 간 만남은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강 장관과 당시 고노 다로 외무상 간 회담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양국 간 갈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관련해서도 서로에 대한 입장만 설명하는 데 그쳤다.

임락근 기자/도쿄=김동욱 특파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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