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9월 20일자 A1, 15면 참조
업계에선 지난해 5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위기에 내몰렸다 가까스로 경영 정상화 문턱에 들어선 한국GM이 ‘노조 리스크’로 다시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이미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고위 임원(줄리언 블리셋 해외사업부문 사장)까지 나서 “한국GM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면 한국에서 생산할 물량 일부를 다른 국가 공장으로 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날렸다. GM 본사가 ‘단계적 철수’로 돌아서는 빌미를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해 GM 본사와의 협상에서 신차 배정 및 일부 자산 매각 등에 대한 일부 거부권(비토권)은 확보했지만 기존 물량 조정 및 일부 생산라인 폐쇄 등에 대해선 별도 합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GM 본사가 철수를 결정해도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312시간 전면 및 부분 파업을 했다. 파장은 컸다. 잇따른 파업에 안정적 생산물량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닛산(프랑스 르노 본사의 동맹 회사)은 지난 3월 르노삼성에 맡겨 생산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로그 물량을 연 10만 대에서 6만 대로 줄였다. 일감이 줄자 르노삼성은 최근 7년 만에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거미줄 규제 탓에 한국 투자를 외면한 사례도 있다. 세계 3위 자동차부품업체인 콘티넨탈그룹의 자회사 콘티테크플루이드는 4년 넘게 검토했던 충남 천안공장 신설 투자를 지난해 최종 포기했다. 대신 중국 투자를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론에 따라 정부 정책과 규제가 오락가락하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한국 투자를 포기했다”며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 기업들도 지나친 친노동정책과 규제에 짓눌려 떠날 판인데 누가 새로 들어오려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외국 기업의 국내 신규 투자도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외국인 직접투자는 56억1000만달러(도착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외국계 기업인들 사이에선 “한국이 투자 불모지로 변했다”는 말까지 나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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