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금융법, 상품 구조·수수료 부과 기준 자율성 보장해야"

입력 2019-09-29 15:48   수정 2019-09-29 15:49

개인 간(P2P) 대출 중개업체는 서민과 자영업자에게 적절한 금리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고, 개인에게 합리적인 투자처를 제공하는 금융업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P2P 대출 중개업의 법제화에 맞춰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 방법을 고민하는 토론회가 지난 2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P2P 업체 대표와 학계 전문가들은 법제화의 취지, 법제화 이후의 방향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P2P금융법 법제화 9부 능선

P2P금융법은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제화의 9부 능선을 넘었다. 국회 통과가 이뤄지면 금융업권을 새로 정의하는 별도 법률이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 이후 17년 만에 새로 생겨나게 된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금융 중개 플랫폼을 의미하는 ‘마켓플레이스 파이낸스’를 의역했다. 이 용어가 ‘P2P’를 대체한 이유는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 때문이다. P2P 용어에서 자금 공급자를 의미하는 첫 ‘P(개인·peer)’는 사모(private)와 공모(public) 자금으로 분화했다. 뒤의 P는 개인신용대출을 의미했다. 하지만 지금은 플랫폼에서 모인 자금이 기업금융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에도 투자된다. 개인도 P2P플랫폼을 통해 기관투자가만 접근할 수 있었던 투자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법제사법위원회과 국회 본회의 통과 등의 문턱이 아직 남아 있다. 송현도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법안 통과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내년 3, 4분기께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 보호에 초점

새 법은 의원들이 발의한 각 법안의 요체를 금융위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장)이 모은 것이다. 최저 자본금, 영업행위, 자기자금 투자한도, 차입한도, 법정협회 설립 근거 등을 담고 있다.

초점은 ‘포용금융’의 취지를 살리되 투자자 및 대출자를 보호하는 데 맞춰져 있다. 소상공인 전문 P2P 대출 플랫폼인 펀다의 박성준 대표는 “기존 금융회사는 상점 데이터 기반으로 파악하는 연구가 덜 돼 소상공인 대출을 기피했지만 P2P금융업체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품질의 금융 서비스를 이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수많은 업체가 도산했다. 개인투자자가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피해보는 사례도 종종 벌어진다. 법안에는 업체가 투자자에게 대출 정보, 차입자 정보, 이율 추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명시돼 있다. 무등록 영업 시엔 형사 처벌을 받는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법안이 마련되면 금지 및 감독규정과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거티브 규제로는 한계

토론회에선 ‘법제화 이후’도 논의됐다. 금융위는 법 제정과 별도로 세부적인 처벌 규정과 제도를 담은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 시행령의 디테일이 중요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법에 열거한 것만 허용)로는 P2P금융의 다양성을 온전히 소화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상품 구조와 수수료 체계가 시행령에 어떻게 담길지가 관건이다. 수수료는 대출 차주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와 투자자에게 받아가는 수수료로 구성된다. 금융당국이 요금에 개입할 근거가 마련되면 법제화의 의의가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업체의 건전한 운영과 성장을 위해선 자유로운 수수료 부과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2P플랫폼의 초기 육성을 위해 과감한 부수업무 허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업체들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수익모델을 발굴할 수 있도록 겸영, 부수업무를 과감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별도 규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산업을 관망하면서 정책 실험을 통해 시장을 육성하려는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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