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켐 '이라이트' "배터리 전해액 국산화…美·유럽으로 판로 확대"

입력 2019-09-29 18:07   수정 2019-09-30 02:16

전기차의 핵심은 동력을 전달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해액은 사람으로 따지면 혈액의 역할을 한다. 혈액이 산소를 몸 곳곳에 운반해주듯 전해액은 배터리에서 리튬이온이 원활하게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한다. 2012년 설립된 엔켐은 일본산이 점령하고 있던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을 국산화했다.


배터리 성능 끌어올리는 전해액

오정강 엔켐 대표는 “엔켐이 제조한 전해액 ‘이라이트(E-Lyte)’를 사용한 배터리는 기존 경쟁사 제품을 사용했을 때보다 수명과 출력을 각각 30%, 20%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라이트를 사용하면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리튬이온의 이동속도를 높여 출력을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수명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손상되는 부분을 얼마나 잘 복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엔켐의 매출은 쑥쑥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337억원으로 전년보다 66% 늘었고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282% 급증했다. 올 들어 LG화학,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중국의 리센, ATL 등 배터리 업체들의 주문이 크게 늘었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 1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약 3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전해액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점유율은 3% 수준이다.

中 기업 납품 후 국내 시장 돌파

아주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오 대표는 제일모직에 근무하면서 휴대폰, 노트북 등 소형 정보기술(IT) 제품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용 전해액을 국산화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이를 토대로 41세이던 2012년 엔켐을 창업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전해액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미쓰비시 센트럴글라스 등 일본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기술독립을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시장을 뚫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국내 대기업들도 외면했다. 오 대표는 리센 등 중국 기업에 납품하며 실적을 쌓았다. 2013년 LG화학을 시작으로 한국 대기업에도 납품을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 대표는 “현재 자동차 전체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2.5%에 불과하다”며 “2025년 15~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전해액 시장도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충북 제천에 처음 지은 공장은 연 5000t 규모다. 지난해 충남 천안에 제천 공장의 네 배 규모인 연 2만t 규모 공장을 설립했다. 폴란드 서부의 브로츠와프에 생산 거점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중서부지역에 있는 공장 매입도 추진 중이다.

오 대표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전지업체 3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0%인 데 비해 한국 전해액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6% 내외에 불과하다”며 “선제적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2025년에는 세계 전해액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해 1위에 오르겠다”고 강조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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