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름이 많은 사회

입력 2019-09-29 17:08   수정 2019-09-30 00:02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느낄 때 그 상황이 사회적 잣대로 우월한지 열등한지에 따라 두 가지 다른 반응에 노출된다. 다름이 주로 칭찬받는 것이라면 우월감을 갖게 된다. ‘남다르다’고 표현되는 것이다. 반면 다름이 눈총을 받거나 사회의 평균적 개념과 심한 편차를 보이는 것이라면 자괴감에 빠지고 고통받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색다르다’는 것이다.

다름이 많은 사회는 종종 복잡하다고 느껴진다. 중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타파해야 할 장애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초고속 압축성장을 경험한 세대일수록 다름을 걸림돌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눈앞의 눈부신 성공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하나돼 달려온 결과라 여기기 때문이다.

회사 경영에선 어떨까. ‘같음이 많은 회사’와 ‘다름이 많은 회사’ 중 어느 쪽이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수월할까? 정답은 나뉜다. 고성장 팽창시대에는 같음이 많은 회사다. 구성원의 생각은 동질적이고 업무방식도 비슷하다. 기업이 요구하는 가치관으로 무장하고 선배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일한다. 다른 가치관을 갖고 특이한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은 버티기 힘들다. 거의 균일한 조직, 멸균조직이다. 이 시대는 자원을 투입하는 만큼 상응하는 결과가 나오던 때였다. 실수로 큰 손실을 보더라도 그만큼 회복이 빠른 때였기에 전략의 정교함보다 투입되는 자원량과 속도가 중요했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수축시대에는 다름이 많은 회사가 낫다. 구성원의 생각은 알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이고, 업무방식도 따라하기 힘들 정도로 다르다. 세대별 가치관을 이해해보려 노력하지만, 안 될 경우 ‘자식 같으니까 혹은 부모 같으니까’라는 인류애로 품고 간다는 생각으로 일한다. 2030의 디지털 업무방식과 4050의 노련한 실무경험을 서로 인정하며 실적을 낸다. 여성과 남성의 장단점을 서로 인정하고 힘을 모아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서로의 주장을 강요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효율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다양성지수(diversity index)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범위 안에 존재하는 생물 종의 다양한 정도’다. 재미있는 점은 이 다양성지수가 생물학적 수질지표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깨끗한 물은 많은 종의 미생물이 서식하기에 다양성지수가 높고, 혼탁한 물일수록 적은 종의 미생물만 서식하기에 다양성지수가 낮게 나타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이해하고, 같이 어울려 사는 사회가 깨끗한 물을 만드는 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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