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연애'에 선영 대신 동백이가 나왔다면요? 그래도 엔딩 장면은 같지 않을까요?"
요즘 안방극장에서 가장 '핫'하다는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동백 역을 연기 중인 배우 공효진이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를 통해 스크린 접수까지 하겠다는 각오다. 인터뷰 당일 새벽에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인 포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왔다고 했지만, 오후 늦은 시간에 진행된 인터뷰임에도 에너지는 넘쳤다.
'동백꽃 필 무렵' 속 동백과 '가장 보통의 연애' 선영은 다른 듯 닮았다. 선영은 자신에게 은근슬쩍 말을 놓는 동년배 남자 동료에게 똑같이 말을 놓으며 응수하고, 짙은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을 즐겨 하지만 남자들의 말도 안 되는 추파, 주변의 오해와 루머에도 당당하게 자기 소신을 지킨다는 점은 공통됐다.
그럼에도 영화와 드라마가 각각의 재미를 주는 건 작품을 채우는 공효진의 매력 덕분이다. 로맨틱 코미디 흥행 불패 신화를 기록하는 '공블리' 마법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공효진 역시 캐릭터들의 미묘한 차이를 염두하고 연기한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공효진은 선영의 가장 큰 매력으로 '쿨함'을 뽑으면서 "앞에서 대놓고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것들을 표현하면서 즐거움을 느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 그동안 TV에서는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선보여 왔다면 영화에서는 장르적인 특성,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많이 선보여왔다. '가장 보통의 연애'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을까.
제 개인적인 취향인데, TV는 좀 더 쉽게 보셨으면 했다. 집에 와서 소파에 편하게 누워 볼 수 있는 작품, 그런 드라마에 출연해왔다. 반면 영화는 좀 더 도전적인 것들로 해왔고. '가장 보통의 연애'도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캐릭터들이 조금씩 미화되는 부분이 있고, 결론이 거의 정해져 있지 않나. '사랑해' 하고 달려가 안기며 마무리하고. 그런데 이 영화의 대본은 알싸했다. 원래는 칼로 자른듯한 확실한 엔딩을 좋아하는데, 뭔가 많은 걸 상상할 수 있게 한 결말도 좋았다.
▲ '가장 보통의 연애' 선영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쿨하다. 그게 좋았다. 누워 이불킥하면서 '왜 그걸 말하지 못했을까' 하는 것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게 재밌을 거 같아서 촬영에 임했는데, 역시나 재밌더라. 김래원 씨랑 촬영할 때도 서로 말하면서 진짜 싸우면서 찍었다. 주고받는 게 강렬했다.
▲ 선영이 제안하는 술자리 게임도 그렇고, 전 남자친구를 조롱하는 발언도 그렇고 수위가 아슬아슬하다는 반응도 있다.
전 남자친구에게 '엄지발가락'이라고 한 말은, 재밌을 줄 알았다. 관객들이 '빵' 터질 걸 상상하고 찍었는데, 시사회에서 반응을 보니 제가 그 말을 뱉고 나서 정적이 흐르더라. 너무 얄밉게 얘기했나 싶었다. 술자리 게임은 귀엽지 않았나? 초등학교 이후엔 쓰지도 않을 단어들을 내뱉는 게 유치하고 귀엽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장면에 꽂혀서 이 영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 19금은 아니지만,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노출, 베드신 장면들도 있다.
제 최고 노출 장면은 '러브픽션'에서 겨드랑이 털을 맞대는 장면 아니었나?(웃음) 거기에 비하면, 뭐. 갑자기 남녀가 불붙어서 출입문부터 스킨십을 하는 그런 장면은 데뷔 후 처음 찍어봤다. 항상 보기만 하다가 '어떻게 표현하나' 싶었다. 촬영했던 모텔도 어둡고, 불긋불긋해서 더 야하게 나온 거 같기도 하다.
▲ 직장 동료들에게 사이다 일갈을 하는 장면이 백미다. '동백꽃 필 무렵' 동백이와는 또 다른 매력 같다.
동백이라도, 그 자리에 나가지 않았을까. 동료들의 뒷담화 때문에 회사까지 그만두게 됐는데, 당사자를 빼고 송별회를 하는게 너무 웃겼다. 거기에 참석하는 선영이도 멋있고. 동백이라도 그 자리에 갔을 거 같다. (아들 역할인) 필구를 데리고 가서 뒤집지 않았을까 싶다.
▲ '미쓰홍당무', '미씽' 등 대표작을 비롯해 '가장 보통의 연애' 김한결 감독까지 유독 여성 감독들과 호흡을 많이 맞췄다.
아마 제가 여자 감독님들을 가장 많이 경험한 배우가 아닐까 싶다. 여자라서 작업을 같이하는 건 절대 아니다. 이번에도 시나리오를 먼저 봤고, 감독님 이름을 보고 성별을 유추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처음 미팅을 했을 때 '아, 여자 감독님이구나' 싶었다. 이번 작품도 여성 감독님이지만 거친 느낌을 준다. 여러 번 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데, 남성, 여성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각각의 사람들이 다른 거 같다.
▲ '현실 연기'의 대가라는 평을 받는다.
'현실 연기가 뭘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마 제가 연기를 전공하거나 연기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지 않아서, 정형화된 템포로 호흡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 처음 작품을 할 때에도 '마음대로 해 보라'는 말을 들었고. 저 역시 카메라 앞에선 굳고, 카메라가 멀어질수록 자연스러워진다. 그렇게 어렵게 연기를 하지만 '생활 밀착형 연기'라고 칭찬해주시는 건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인 거 같다.
▲ 올해에만 영화는 '뺑반', '가장 보통의 보통의 연애', 드라마는 '동백꽃 필 무렵'까지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다작의 이유가 있는 건가.
2017년에 '미싱'을 찍고 딱 1년을 쉬었다.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웃음) 이전에 찍었던 작품들이 계속 개봉했으니까. 1년간 쉬다 보니 이제 또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졌다. 놓치기 아쉬운 작품들도 계속 만났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계속하게 되는 거 같다.
▲ 요즘 많은 '블리'들이 있지만, 원조 '공블리'아닌가. 타이틀을 유지하는 것에 부담은 없나.
요즘은 남녀노소로 '블리'들이 많아졌다. 그중 가장 견제했던 건 마블리(마동석)였다. '공블리'라는 말을 듣고 정말 좋았는데 오래가는거 같다. 이제는 살짝 낯간지럽긴 하지만, 떨어져 나갈 거 같진 않다. 지키기 위해 뭘 할 건 없는 거 같다. 저에겐 잡아논 물고기 같달까.(웃음) 정말 귀엽고 감사한 별명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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