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6·25전쟁 이후 출생을 기준으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를 지나 X세대(1960년대 중반~1970년대 출생), 밀레니얼 세대(1980년~1990년대 출생)로 이어진다. 소위 x86은 1960년대에 출생한 80년대 학번으로, 베이비붐 후반과 X세대의 전반에 걸치는 한국의 독특한 구분이다. 기업으로선 이런 세대적 특성 중 세대교체에 따른 소비자 특징과 조직문화의 변화가 주요 관심사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갈등의 진원지기도 하지만 미래로 나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각 세대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연도를 생각해보자.
20세기 100년 동안 가장 혜택받은 출생연도는 1943년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일제 치하와 해방 직후의 혼란기는 유아기여서 기억에 없고, 6·25전쟁을 맞았지만 군대에 징집되기엔 너무 어렸다. 휴전 이후 1950년대 후반부터 교육체계가 정비되면서 성장기에 가장 중요한 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학업과 병역을 마치고 사회로 진출하는 1960년대 중반 고도 경제성장이 시작돼 취업 기회가 늘어났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한 부동산, 주식시장에서 자산 축적의 기회도 있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55세 정년퇴직 시점이었다. 산업화를 견인한 막내 세대로서 국민연금에서도 수혜자였다. 1988년 사회 발전에 기여한 기존 세대의 공헌을 인정해 5년만 가입해도 연금을 수령하는 특례연령(1928~1943년 출생)에 포함됐다.
20년 뒤인 1963년 역시 행운의 출생연도였다. 한국이 절대빈곤에서 탈피한 197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고, 1982년도 대학 입학에서는 정원 증가의 직접적 수혜자였다. 사회에 진출하던 1980년대 후반은 단군 이래의 호황으로 일자리를 고르는 입장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30대 중반으로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갔고, 오히려 선배들의 대규모 퇴사로 2000년대 초반 경제회복기에 승진 기회가 많아졌다. 이념적 경향성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소위 x86세대의 중심으로 숫자도 많은 데다 사회경제적 혜택을 많이 받았다.
다시 20년이 흐른 1983년생은 밀레니얼 세대의 시작점이다. 성장기였던 1990년대엔 한국 산업화의 결실로 사회 전반적으로 윤택하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활동기인 200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한국에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뒤이어 x86세대도 일선에서 물러나는 시점이 도래했다. 현재 사회·경제·문화 등 각 분야를 이끌어가는 x86세대는 아날로그 시대의 질서를 벗어나지 못하고 미래지향적 변화를 가로막는 퇴영적 기득권으로 고착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시점에서 50대에 들어서는, 1970년대 출생한 X세대가 전면에 나서고 40대로 진입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뒷받침하는 세대교체는 의미가 깊다.
기업 관점에서 미래 주역인 새로운 세대의 시대정신은 디지털 혁신과 개방적 문화다. X세대는 워크맨을 들고 다니며 1992년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K팝의 초석을 놨고 개성과 개인을 존중하는 특성이 강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성장기에 컴퓨터를 친구로 삼았고, 사회생활을 스마트폰과 함께 시작한 디지털 네이티브 1세대다. 모두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사회문화적 자부심과 디지털 기술 기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의 새로운 미래를 견인하는 잠재력을 보유한 세대로 평가된다. 향후 기업의 미래는 이들이 x86세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21세기 디지털·글로벌 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역량에 달려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