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과 중고 사이 제품 거래
지난해 매출 765억원을 올린 올랜드아울렛을 창업한 서동원 회장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6년. 서울의 대표적 중고시장인 황학동에서 일하던 서 회장은 정작 상인들이 자신들의 제품은 제대로 거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TV가 고장나면 전파사에 맡기고 장기간 기다리거나 고장난 채로 방치하는 사람도 많았다. 수리하러 갈 시간이 없던 상인들을 위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고장난 TV를 수거해 일정한 금액을 받고 잘 나오는 중고 TV로 바꿔주는 사업이었다. 반응이 좋았다. 일감이 많아지자 직원 5명을 고용했다. 시장을 구석구석 돌았다.
이후 서 회장은 꾸준히 중고 제품 사업을 키웠지만 2000년대 초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서 회장은 “다양한 제품이 나와 신제품 가격이 떨어지자 중고의 매력이 점차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대우전자(현 위니아대우)의 사내판매용 제품을 팔게 됐다. 팔지 못하고 남은 가전제품을 직원 복지 차원에서 사내에서 싸게 팔았다. 여기서도 재고로 남은 제품을 서 회장이 처리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을 봤다. ‘새것 같은 새것 아닌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이었다. 이 시장은 제품은 넘쳐나지만 제조사와 유통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2005년 홈플러스 입점에 성공한 것은 성장의 기회가 됐다. 이때 ‘올랜드’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홈플러스에 들어가자 대기업들이 질 높은 리퍼브 제품 판매를 의뢰하기 시작했다. 올랜드아울렛의 올해 매출은 8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으로 저렴한 물건 실속구매 급증
올랜드아울렛은 오프라인을 고집한다. 4개의 직매장과 14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파주 본사에만 1만6500㎡의 물류창고가 있다. “작은 흠이 있는 만큼 소비자가 직접 와서 보고 물건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정품도 단순변심이 생기는데 리퍼브 제품을 팔면 더 많은 변심을 유발한다”는 게 서 회장의 지론이다. 올랜드아울렛은 현재 한샘 가구, 삼성 LG 가전 등 50여 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 공급 경로는 다양하다. 운동경기대회 등을 치르면서 잠깐 쓴 가구, 신축아파트 모델하우스 전시용 세탁기 등도 넘어온다.
백화점, 마트 등이 1부 리그라면 올랜드아울렛은 2부 리그다. 1부에서 2부로 넘어오면서 ‘몸값’은 낮아진다. 제품을 정가 대비 60%까지 할인받을 수 있어 온라인 최저가보다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올랜드아울렛은 지난해 3월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스니커즈를 판매하기도 했다. 롯데가 평창 스니커즈 2만 켤레를 올랜드에 넘겼다. 전량 매입해 정가 6만원이던 스니커즈를 3만원에, 그것도 한 켤레 사면 하나 더 주는 1+1 행사를 했다. 대부분이 팔려나갔다.
쿠팡·티몬·롯데도 리퍼브 시장 진출
올랜드아울렛 매출은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765억원. 그러나 경쟁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경쟁자는 AJ렌탈의 ‘전시몰’이다. 단기 렌털했던 제품을 판매한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과 유통 대기업들도 리퍼브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쿠팡은 포장이 뜯긴 상품을 재포장해 정가 대비 5~10%가량 싸게 판다. 티몬은 지난 24일 리퍼브 상품 470종을 특가 판매하는 ‘리퍼데이’를 열었다.
롯데도 손대기 시작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광명점은 1일부터 연말까지 125㎡(약 38평) 규모의 ‘리싱크 매장’을 연다. 120만원짜리 LG전자 65인치 4K UHD TV를 89만원에 판다.
올랜드아울렛은 유통 대기업과 e커머스의 추격을 제품의 질로 따돌릴 계획이다. 서 회장은 “삼성전자, LG전자 출신 기술자를 한 명씩 확보해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며 “신상품에 가까운 ‘하이 리퍼브’를 취급하는 브랜드 ‘올쏘’를 10월 중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리퍼브
소비자가 구입 후 마음 바꿔 반품한 제품이나 이월 상품, 흠집 난 제품 판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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