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과 강북에서 알짜 정비사업 단지 청약이 시작됐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최대 수억원 저렴하게 책정돼 당첨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들 단지 일반분양분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급소’를 분석했다.
◆강남 한복판 마포 신축값
1일 1순위 청약을 받는 ‘역삼센트럴아이파크’는 이번주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단지다. 역삼동 개나리4차를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499가구 가운데 138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15억2000만~16억6000만원대다. 강남 한복판에 들어서는 단지가 마포 신축 아파트 가격인 셈이다. 주변에서 먼저 재건축을 마친 ‘개나리SK뷰’와 ‘개나리푸르지오’ 등의 같은 면적대 가격이 19억~2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4억~5억원 차이다.
당첨자의 시세 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물량이 많지 않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50~1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인근에서 청약을 받은 ‘래미안라클래시’는 112가구 모집에 1만3000여명이 몰리면서 11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모두의 로또’는 아니다. 청약 문턱이 높은 편이다. 모든 주택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겨 특별공급이 없다. 중도금 대출도 나오지 않아 대부분의 금융비용을 당첨자가 조달해야 한다. 이 단지는 잔금 비율이 분양가의 20%로 책정돼 나머지 80%의 돈을 입주 전까지 내야하는 조건이다. 전용 84㎡를 기준으로 당첨 한 달 안에 3억원가량을 계약금(분양가의 20%)으로 치른 뒤 5개월마다 1억5000만원을 중도금(분양가의 60%)으로 납부해야 한다. 결국 잔금을 제외한 12억~13억원을 대출 없이 조달할 수 있는 조건이면서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들만 노려볼 수 있다. 사실상 강남 일대서 비슷한 금액대에 전세로 거주 중인 현금부자들이 대상이 되는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해 금융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면서도 “직전 래미안라클래시의 중도금 주기가 3개월 안팎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에어컨과 수입 주방가구 등 유상옵션을 최고사양으로 모두 선택할 경우 분양가는 전용 84㎡A형 기준 5800만원가량 오른다. 그러나 발코니 확장 비용이 분양가에 이미 포함돼 있어 따로 낼 필요가 없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은 “래미안라클래시에서 2000만원가량의 발코니 확장 비용이 추가됐던 점을 감안하면 옵션을 포함해도 실질 분양가가 낮은 수준”이라며 “청약가점이 낮다면 추첨제 물량이 배정되는 중대형 면적대를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이른바 ‘로열동·호’가 일반분양분엔 없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 단지 전용 84㎡ 일반분양분은 모두 대로변으로 배치된다. 이 가운데서도 전용 84㎡B형은 주방에 창문이 없는 구조다. 전용 115㎡와 125㎡는 안쪽 동으로 계획됐지만 모두 저층이다.
◆‘실속’은 강북 청약에?
같은 날 강북에선 ‘보문리슈빌하우트’가 특별공급 청약을 받는다. ‘강남 로또’에 가려 주목도가 높지 않지만 일반분양 비율이 높은 데다 로열동·호가 많아 숨은 알짜 분양으로 꼽힌다. 성북천변 보문2구역을 재개발하는 이 단지는 465가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21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특별공급 물량도 많은 편이다. 신혼부부 43가구와 기관추천 21가구, 다자녀 21가구, 노부모부양 6가구 등 모두 91가구가 배정됐다.
전체 물량 가운데 소형 면적대의 비중이 높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분양은 전용 59㎡가 121가구, 84㎡가 9가구다. 분양가는 각각 5억3000만~5억7000만원과 7억3000만~7억8000만원대다. 주변에서 가장 최근 입주한 단지인 ‘보문파크뷰자이’와 비교하면 면적대별로 1억~2억원가량 차이다. 분양가의 60%인 중도금은 4회차분 이자까지 후불로 계산한다.
고층에 배정되는 일부 가구를 제외하면 일반분양분 대부분이 정남향이다. 단지 안쪽 공원을 끼고 있는 가구도 많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는 “로열동 당첨 가능성이 높은 데다 어느 동에 당첨되더라도 보문역과 가깝다”며 “청약가점과 보유현금이 부족하다면 전날 청약을 받는 강남 아파트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구수가 많지 않은 전용 84㎡를 공략하는 게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기 팀장은 “전용 84㎡는 가구수가 적지만 모두 6층 이하 저층으로만 배정됐다”며 “저층부를 기피하는 이들이 많아 예비당첨자에게까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에선 주례2구역을 재개발하는 ‘주례롯데캐슬골드스마트’의 청약 일정이 시작된다. 1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일 순위, 4일 2순위를 받는다. 최고 37층 9개 동, 998가구 가운데 803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온다. 전용 59~84㎡로 구성됐다. 분양가는 2억8000만~4억4000만원대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가 아닌 탓에 1주택자도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다. 재당첨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모든 주택형이 국민주택규모(전용 85㎡) 이하여서 당첨자의 60%는 추첨제로 선정한다. 당해지역 청약 자격은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 거주자에게 주어진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