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학생들의 '꿈 1순위'는 창업…한국은 사농공상文化 뿌리 깊어"

입력 2019-10-01 17:09   수정 2019-10-0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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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대 이공대에 재학 중인 영국 학생들의 1순위 꿈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입니다. 반면 많은 한국 학생은 아직까지도 국내 명문대에서 교수가 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김종민 영국 케임브리지대 전기공학과 교수(사진)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문화가 활성화되려면 국내 대학 교수와 학생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나노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 교수는 1994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으로 근무한 ‘삼성맨’ 출신이다. 2003년 삼성이 S급 핵심 기술인력에게 부여하는 명예직인 ‘삼성 펠로’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그의 유일한 펠로 동기가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부회장)다.

그는 삼성종합기술원 전무로 재직하다가 2012년 사표를 낸 뒤 옥스퍼드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2016년 1월엔 케임브리지대의 적극적인 권유를 받아들여 케임브리지대 전기공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모두 교수로 임용된 한국인은 그가 유일하다. 이날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가 건넨 명함엔 교수 직함 옆 괄호 안에 ‘1944’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케임브리지대 전기공학과에 정교수직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1944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이 직함을 받은 건 김 교수가 역대 네 번째다. 김 교수는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과의 적극적인 산학협력을 통해 케임브리지대 산학 역량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두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국에서 최고 수재로 불리던 유학생들이 옥스퍼드대 및 케임브리지대로 진학한 뒤 성적이 계속 떨어진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한국 학생들이 창의력을 우선시하는 케임브리지대 교육방식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한국 교수와 학생들의 시선도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선 아직까지도 시대착오적인 사농공상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어 창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며 “영국에선 실력이 뛰어난 학생일수록 창업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케임브리지=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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