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뷰티 편집숍 세포라도 이달 말 한국 시장에 뛰어든다. 몇 년간의 검토 끝에 이뤄진 결정이다. 세계적 뷰티 트렌드를 읽기 위해 한국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 업체들도 반격에 나선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시코르’는 세포라 2·3호점 입점 예정지 부근에 새로운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실패한 세포라가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세포라 강남 입성, 판 흔들까
세포라는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를 한데 모아서 파는 ‘화장품 편집숍’의 원조다. 1969년 프랑스에서 조그만 화장품 가게로 시작했다. 1997년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인수되며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웠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33개국에서 2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포라 국내 1호점은 오는 24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문을 연다. 매장 규모는 547㎡다. 파르나스몰은 코엑스몰과 연결돼 있다. 코엑스몰 지하 1층에는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부츠 등 국내 헬스&뷰티(H&B)스토어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도 자리잡고 있다. 세포라가 이곳에 1호점을 낸 것은 국내 편집숍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핵심 상권에서 정면 승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내 브랜드 독점 판매
세포라는 1호점 개점을 앞두고 국내 브랜드 독점 판매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세포라에서만 독점 판매하기로 한 브랜드는 ‘활명’ ‘탬버린즈’ ‘어뮤즈’ 등 세 개다. 셋 다 아직 유명하진 않지만 마니아층이 생겨나고 있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세포라 측 설명이다. 세포라는 이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과 협업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해외 세포라 매장에서도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활명은 2017년 미국에서 선보인 한방화장품 브랜드로, 동화약품의 제약 기술을 적용했다. 선글라스로 유명한 젠틀몬스터가 내놓은 탬버린즈는 재료 본연의 성격과 효능에 집중한 화장품 브랜드다. ‘누드에이치앤드크림’과 ‘타이거세럼100’ 등이 대표 제품이다. 어뮤즈는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신생 브랜드다.
시코르 매장 늘리며 반격
‘한국판 세포라’로 불리는 시코르도 가만있을 수 없는 듯 주요 상권에 잇따라 매장을 열며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에 시코르 28호점을 열었다. 다음달 홍대에 29호점을 낼 예정이다. 30일 문을 연 명동점은 700.1㎡ 규모로 2개 층을 쓴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부터 국내 중소기업까지 120여 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한다.
시코르는 어느 매장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체험형 콘텐츠로 승부할 계획이다. 명동점에는 제품을 써보고 소개할 수 있는 ‘유튜버·왕훙 방송 존’을 마련했다. 촬영에 필요한 조명부터 테이블까지 준비해 인플루언서들이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게 꾸몄다. 일반 소비자가 샘플 화장품으로 화장을 해볼 수 있는 ‘셀프 바’를 ‘스킨케어 바’ ‘메이크업 바’ ‘헤어 바’ 등으로 나눠 맨 얼굴로 와도 완벽한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시코르의 공격적인 출점은 세포라의 한국 진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세포라는 1호점인 파르나스몰점에 이어 12월 명동 롯데영플라자에 2호점, 내년 1월에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3호점을 열 계획이다. 시코르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쇼핑몰 ‘AK&홍대’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명동점, 홍대점 등을 더해 세포라의 영향력 확장을 막겠다는 포석이다.
일본·홍콩서는 세포라 실패
세포라의 한국 시장 진출을 두고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세포라는 일본과 홍콩 시장에서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1999년 일본 도쿄 긴자에 일본 1호점을 연 이후 7개 매장을 냈지만 2001년 철수했다. 진한 눈 화장 등을 강조하는 일본 현지의 뷰티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콩에는 2008년 진출했지만 현지 토종 브랜드에 밀려 2010년 문을 닫았다. 왓슨스, 부츠 등 국내서 실패한 해외 H&B스토어 역시 한국 시장 진입장벽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세포라의 진출이 국내 뷰티업계의 질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플레이어의 등장이 양적 성장뿐 아니라 토종 기업들의 체질 개선을 자극할 것이라는 얘기다.
안효주/민지혜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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