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대책 발표한 檢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방안 마련 지시 하루 만인 1일 대검찰청과 법무부는 잇따라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대검찰청은 “대통령의 말씀에 따라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 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인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바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 세 곳을 제외한 전국 검찰청 특수부 폐지 △외부기관 파견 검사의 복귀를 통한 형사부, 공판부 투입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중단 등의 지시를 내렸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이날 ‘검찰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촉구하며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즉시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대통령 지시에 관계기관이 부산하게 움직인 하루였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대통령 발언의 진위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2017년 문 총장 취임 이후 △전국 검찰청 특수부 43곳 폐지 △직접수사 총량 대폭 축소 △마약청 등 수사 기능 분권화 △형사부·공판부 강화 등 검찰이 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은 모두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검사는 “왜 하필 조 장관 의혹 수사에 매진하는 엄중한 시점에 ‘개혁’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며 “조 장관 의혹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불만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청와대는 고민정 대변인을 통해 “검찰이 발표한 방안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비판적인 반응도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께서 지시하신 내용에 대해 아주 초보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으로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피의사실 유포와 잘못된 압수수색 개선 등의 개혁 과제는 이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민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은 “근본적이고 철저한 검찰개혁 의지를 읽기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개혁과 반대인 수사권 조정 법안
법조계는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이중성’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지난 적폐수사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현재 조 장관이 추진하는 특수부 축소, 형사부 강화 등의 검찰개혁 방향과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주도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방향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문 전 총장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작년 6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고, 대표적 인지부서인 특수부 조직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개진해왔다. 검찰은 이런 의견을 청와대에도 전달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개혁에 저항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당시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담당한 조국 민정수석의 의중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특수통’ 검사들을 동원해 잦은 압수수색,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 세우기(공개 소환), 별건수사 등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적폐수사에 열중했다. 이 과정에서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조진래 전 의원 등 5명이 수사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침묵했다. 오히려 청와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는 작년 6월 검찰의 특수부 기능을 사실상 유지하고 형사부 검사들의 힘을 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법안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로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등 중요 범죄’로 특정해 사실상 특수부 기능을 살려놨고, 수사지휘권 폐지 등으로 형사부 검사들의 권한은 대폭 축소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똑같은 정책을 두고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고 추진한다면 누구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조 장관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거나 검찰 내 특정 세력을 축출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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