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는 투자자에게 금융 상품을 판매하면서 명확한 정보 제공이 부족해 발생했습니다.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도 마찬가지였죠.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암호화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크로스앵글의 김준우 공동대표(사진)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슈피겐HQ에서 열린 '암호화폐 시장 건전화를 위한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투자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 문화가 '깜깜이' 식으로 왜곡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공동대표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크로스앵글은 암호화폐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Xangle)을 운영하는 기업. 쟁글은 빗썸·코빗·코인원 등 국내 주요 거래소들과 노무라홀딩스·다이와증권 등이 참여해 설립한 거래소 '디커렛', 중국계 싱가포르 거래소 '비트포렉스' 등 글로벌 주요 거래소에 공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 공동대표는 "특정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해당 팀과 친한 사람들은 정보를 미리 알아 먼저 움직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정보를 얻지 못해 일종의 '가격 시차'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에드가(Edgar)나 한국 다트(Dart)의 기준을 참고해 공시 플랫폼 쟁글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로스앵글은 이날 빗썸, 코빗, 한빗코, 비트소닉 등의 파트너사들과 함께 쟁글 서비스의 공식 론칭을 알렸다.
현재까지 쟁글에 공개된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353개다. 이들 중 118개의 프로젝트가 직접 정보를 입력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상위권인 아이오타(IOTA) 메이커(Maker) 펀디엑스(PundiX) 테조스(Tezos) 웨이브스(Waves) 넴(NEM) 등의 암호화폐도 쟁글 플랫폼에 프로젝트 공시를 등록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이현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도 "각 프로젝트들이 입력하는 정보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퍼플 뱃지'(우수 공시 기업에게 부여하는 보라색 뱃지)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공시 정보를 함부로 변경하거나 수정하지 않아야 하고, 프로젝트에게 불리한 정보도 공개해야 공시 등급이 올라 퍼플 뱃지를 받는 방식으로 성실 공시를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쟁글 공시는 전통 금융권 공시가 이뤄지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직접 내용을 기입한다. 성실 공시를 통해 높은 등급을 받은 프로젝트들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곳으로 평가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도 상장 심사 객관성 및 투명성 제고 전략을 발표하며 투명한 암호화폐 시장 환경 조성에 뜻을 같이했다.
김형진 빗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를 하면서 수익이나 손실이 발생하는 건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이 객관적이지 못하거나 공정하지 않다면 시장이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빗썸은 암호화폐 상장 심사시 크로스앵글과 상호 체크하는 과정을 거치고 외부 전문가, 법조인, 교수 등을 자문위원으로 참가시켜서 수 차례 필터링을 거친다"고 소개했다.
빗썸은 최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유의 제도와 상장 폐지 제도를 도입했다. 기준 미달 프로젝트에게는 '투자 유의'표시를 하고, 사안이 심각할 경우 상장 폐지까지 단행해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그는 "아직까지 상장 폐지를 한 적은 없지만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고객들이 투자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정보를 얻지 못한 채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제도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정성문 코빗 CSO는 "암호화폐는 초기 단계의 '벤처' 성격이 강해 기본적으로 실패 확률이 높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자산"이라고 짚은 뒤 "대중에게 접근성을 제공할 땐 굉장히 신중하고 보수적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빗이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최소한으로 상장하는 이유"라고 했다.
허원호 한빗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시장 경쟁력을 강조하며 "상장 심사시 해당 프로젝트와 유사한 프로젝트가 존재하는지, 로드맵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지를 따져 시장 경쟁력을 갖춘 프로젝트들만 상장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최선준 비트소닉 부사장도 "이더리움이나 리플마저 한때 '스캠'(사기) 소리를 들었을 만큼 암호화폐 시장은 초기 단계다. 거래소가 지켜야 할 상장 기준에 대해 엄격하게 검토하는 게 맞다"면서도 "그 정도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성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검증 위주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