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업계가 잇따른 곤경에 처한 모습입니다.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한데 이어 한국인 감소분을 보충하려 했던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위안화 약세에 따른 구매력 약화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모습입니다. 일본 관광업계는 서둘러 지갑이 얇아진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중·저가 제품 라인을 확대하는 모습이지만 아직 효과는 확실치 않은 상황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위안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1인당 소비액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을 방문한 전체 관광객 소비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빈약해지면서 잇따른 악재에 처한 일본 관광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입니다.
일본 정부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 한 명당 여행 지출액은 전년 대비 0.6% 줄어든 15만3029엔(약 171만6832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일본 방문 관광객 중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국인(22만4870엔·약 252만2816원)의 경우, 전년 대비 지출액이 2.4%나 감소했습니다. 매대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던 중국인 관광객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입니다.
중국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줄어든 데에는 환율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위안화 환율이 10% 떨어질 경우, 중국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2만9000엔(약 32만원)줄어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지난달 엔·위안화 환율이 지난해 4월 대비 10%가량 떨어진 만큼, 중국인의 일본 내 소비 규모도 그만큼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관계자는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수가 일정하다고 가정해도 올해 중국 관광객의 소비액은 2430억엔(2조7262억원)규모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위안화 약세로 방일 중국인수가 줄어들 경우엔 관광수익 감소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이에 일본 관광관련 업계는 지갑을 잘 열지 않게 된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대책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인을 겨냥한 중·저가 제품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이세탄백화점 도쿄 신주쿠 본점은 고가품 위주에서 중·저가품 위주로 상품 구색이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고급 시계매장의 경우, 과거에는 50만~수백만엔대 고급 시계 판매가 주를 이뤘지만 5만엔(약 50만원)대 제품군을 크게 늘렸다고 합니다.
오사카 다이마루백화점은 만화잡지 판매 매장이나 포켓몬스터를 주제로 한 카페를 입점시켜 수백~수천엔(수천~수만원)대 소소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늘렸습니다. 당초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화장품 매장을 마련하려던 공간을 중국인 관광객 방문과 구매가 줄면서 용도 변경했다는 설명입니다.
긴자의 시계 전문점들도 예전에는 80만엔대 이상 고급 시계 판매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크게 낮은 제품 비중을 높였습니다. 잡화점들도 마스크팩 등 단가가 싸면서 중국인에게 인기 높은 상품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줄자 일본 관광업계는 중국인 등 다른 나라 관광객을 늘려 그 충격을 줄이려는 계획을 세워왔습니다. 하지만 환율 변수 탓에 중국인 관광객의 씀씀이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일본 관광업계의 주름은 깊어가는 모습입니다. 전반적인 엔화 강세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미·중 무역전쟁에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따른 중국 정부의 자국인 통제 강화 움직임 등으로 당분간은 일본에서 중국인의 소비가 늘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 관광산업이 정점을 지난 모습이 여러 방면에서 뚜렷해지는 듯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