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 탓"…철도사업 27개중 20개 공기 지연

입력 2019-10-03 16:46   수정 2019-10-04 00:38

정부가 건설 중인 철도사업 4분의 3가량은 당초 계획보다 개통이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부족 등으로 공사가 늦어진 탓이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정부가 추가로 쏟은 예산은 9조4000억원에 달했다.


3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일반·광역철도 사업 27개 중 20개는 사업 기간이 기존보다 늘어났다. 늘어난 사업 기간은 평균 4.9년이다. 이 중 2년 이상 공기가 지연된 사업이 18건에 달했다. 공사가 10년 넘게 늦어진 사업도 3건 있었다. 공사 지연으로 정부가 추가 투입한 돈은 9조4000억원 규모다.

지연 사유로는 예산 부족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 SOC 예산이 줄면서 돈이 찔끔찔끔 배정돼 공사가 지연된 사례다. 이어 주변사업 연계 5건, 지진 등 자연재해 3건, 지역민원 2건 등이었다.

2008년 첫삽을 뜬 동해선 포항~삼척 구간(166.3㎞) 건설사업은 준공 시기가 2014년에서 2022년으로 늦어졌다. 예산이 부족해 포항~영덕(2008년), 영덕~삼척(2014년) 두 구간으로 나눠 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사업비는 2조4410억원에서 3조3141억원으로 1조원가량 증가했다. 2003년 착공한 부산~울산 복선전철(65.7㎞)은 재정투입 효율성을 고려해 단계별 개통을 추진하면서 공사가 11년이나 지연되고 있다. 2010년으로 예정된 개통일이 2021년으로 미뤄졌다. 지난해 준공 예정이던 서해선 홍성~송산(90㎞)도 같은 이유로 개통일이 2022년으로 늦춰졌다.

지방자치단체 요구로 사업이 늦어지기도 했다. 1975년 계획한 수인선(수원~인천, 52.8㎞)은 계획 수립 40년째 공사가 안 끝났다. 1998년 착공한 이 사업의 개통일은 2008년에서 2020년으로 늦어졌다. 수원시가 지역 주민 민원을 반영해 고색동~오목천동(2.99㎞) 지하화를 요구했으나 이에 필요한 예산(1122억원)을 마련하지 않아 2년 넘게 지연된 탓이다. 수원시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키로 하면서 공사는 재개됐으나 이번에는 1공구 시공사(경남기업)가 2015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공사가 중단됐다. 그 기간 사업비는 5710억원에서 2조5억원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운행을 시작한 서해선 소사~원시 구간도 20년 만에 개통했다. 철도가 지나는 경기 부천시·안산시·시흥시 등 각 지자체가 서로 비용을 적게 내겠다며 갈등을 빚었다.

전문가들은 예산 부족을 공기 지연의 주요인으로 꼽는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SOC 예산을 매년 10% 가까이 줄이고 있는 만큼 공사비 확보가 쉽지 않다”며 “사업 초기부터 예산 확보 계획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길성/이유정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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