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한동일 씨는 신작 <로마법 수업>에서 천년제국 로마의 법률을 현대인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인류법의 기원인 로마법은 인간다운 삶과 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한 고대 로마인들의 산물이다. 저자는 법의 테두리를 넘어 전작 <라틴어 수업>과 같이 인간과 세계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로마시대와 현대를 부단히 오가며 변함없는 인간의 속성과 사람 사이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소통하고 화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준다.
저자가 풀어내는 로마법 이야기에는 오늘날에도 참고할 만한 대목이 많다. 가령 재판관이 사익을 위해 판결을 조작했거나 여성에게 최음제를 먹여 성폭행한 사람들은 ‘강제유배형’에 처했다. 사법농단 판사나 성폭행범은 죄의 경중을 떠나 시민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또 고위공무원 및 국회의원이 되려면 반드시 군 복무를 마쳐야 했다. 지도자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한 것이다.
채무자가 빚을 제때 갚지 않았을 때 채권자는 채무자를 노예시장에 팔아 빚을 회수할 수 있었다. 심지어 채무자의 목숨을 취할 권리도 지녔다. 채무불이행을 이처럼 중죄로 다스린 데는 로마인이 신의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문학동네, 268쪽, 1만55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