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7~8월 설립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던 부산시가 업계의 반발로 한 차례 연기한 결정 시한인 9월 말을 넘기면서 칭산강철과 맺은 양해각서 효력이 사라졌다.
3일 부산시와 업계에 따르면 칭산강철이 국내 중소기업인 길산파이프와 맺은 양해각서의 효력이 지난달 30일 끝나면서 부산공장 설립이 고비를 맞게 됐다.
칭산강철과 길산파이프는 각각 6000만달러를 투자해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 3월 부산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2만2000㎡ 부지에 연간 50만t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애초 공장 가동으로 500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길산파이프 측은 본사를 부산으로 옮겨 클러스터를 조성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국내 철강 대기업은 물론 한국철강협회와 포스코노동조합, 부산상공회의소가 국내 철강산업이 고사한다며 설립에 반대했다. 금속노조는 국가 기간산업을 외국 자본에 넘겨서는 안 된다며 수개월째 부산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부산시가 상공계와 노조 등의 눈치를 보며 입장 표명을 미루는 사이 칭산강철과 길산파이프가 맺은 양해각서 효력이 지난달 말 사라졌다.
길산파이프 관계자는 “전북 군산 보세구역도 검토 대상이기는 하지만 생산량의 50%를 중국과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어서 물류 여건을 고려할 때 부산에 공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설립 허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두 업체의 양해각서 효력이 끝난 것 외에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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