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이 결국 멈춰섰다. 부산공장은 이날 유급휴가를 실시,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닛산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로그 위탁생산이 끊기면서다. 다음주부터는 시간당 생산량(UPH)도 기존 60대에서 45대로 25% 줄어든다.
르노삼성의 생산 절벽이 본격 현실화한 것이다.
◇'로그' 잃은 르노삼성…생산 절벽 현실로
르노삼성이 생산량을 낮춘 것은 이번 달부터 닛산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로그 위탁생산이 끊겼기 때문이다. 르노 그룹은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르노삼성에서 닛산의 북미 수출용 로그를 생산하도록 한 바 있다.
로그 위탁생산 직전 르노삼성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년 2150억원, 2012년 172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연 10만대 규모 닛산 로그 생산을 시작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닛산 로그가 르노삼성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아직도 크다. 지난해 부산공장 자동차 생산대수 21만5680대 가운데 닛산 로그는 절반인 10만7251대를 차지했다. 올해 역시 9월까지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완성차 17만2521대 가운데 8만1313대는 닛산 로그였다.
로그를 제외한 차량의 생산량을 9월 수준으로 연말까지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르노삼성의 올해 완성차 생산량은 약 20만대 수준이다. 로그 계약이 종료된 만큼 내년은 12만대를 밑도는 실적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은 2022년이면 부산공장 생산량이 9만5000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르노삼성은 연 8만대 규모인 유럽 수출용 CUV XM3를 수주해 생산 절벽을 회피한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르노 그룹을 설득해왔다. 다만 지난해 르노삼성 임금 및 단체협약이 파행을 겪으며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당시 임단협 파행에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 그룹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은 “신차 배정 및 로그의 위탁 생산을 두고 여러 공장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르노삼성이 신뢰를 잃을 경우 물량 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협상은 진행하되 파업은 중단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 일본보다 비싼 인건비…트위지도 협력사行
호세 총괄 부회장의 호소에도 르노삼성 노조는 약 70차례 파업을 단행해 2800억원 수준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노조의 장기간 파업에 르노 그룹은 연 10만대로 예정됐던 로그 위탁생산 물량을 줄이고 유럽 수출용 XM3 배정을 잠정 보류했다. 1인당 인건비가 1억원에 육박하고 파업이 수시로 발생하는 공장에 물량을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르노삼성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르노삼성의 1인당 평균 임금은 8724만원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동결 △보상금·성과급 1076만원+기본급 50% 지급을 합의했다. 이를 1700만원 수준으로 추산하면 지난해 1인당 평균 임금은 1억원을 넘어선다.
르노 그룹은 르노삼성의 생산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르노삼성 부산공장 인건비가 급등하며 시간당 임금 수준이 일본 규슈공장보다 20% 이상 높아졌고, 잦은 파업에 생산 안전성도 떨어졌다는 평가다.
르노 그룹이 초소형 전기차를 부산공장에서 만들기로 하면서도 정작 생산은 지역 협력사인 동신모텍에 일임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트위지 생산 주체는 동신모텍이며 르노삼성은 설비와 부품, 기술을 공급한다. 동신모텍 부산공장의 평균 임금은 44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 생산 절벽에도 노사 갈등 '첩첩산중'
생산 절벽에 부닥친 르노삼성은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추진하고 나섰지만, 노조는 사측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강경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올해 임단협에서는 △기본급 15만3335원(8.01%) 인상 △노조원 한정 매년 통상임금의 2% 추가 지급 △추가 인력 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격려금 400만원 등의 요구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2016년 하버 리포트에서 세계 148개 공장 가운데 종합 8위에 오르는 등 부산공장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갖췄다"며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생산을 시작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 평균 3294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경영악화를 구실로 희망퇴직과 전환배치에 나서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수출용 XM3 배정이 이뤄졌지만, 사측이 이를 숨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시장 침체에 수출 물량까지 줄어들며 악재가 겹쳤다. 내수용 XM3의 흥행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노사 갈등이 반복되면 르노삼성은 물론 부산 지역 협력업체들도 헤어나기 힘든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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