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대회가 김비오(29)의 ‘손가락 욕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여자 골프 대회가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인천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6601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서다. 이번 시즌 ‘문영퀸즈파크챔피언십’을 제패하며 통산 2승을 수확한 김아림(24)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아림 ‘라이 개선’ 도마 올라
지난 3일 오션코스 7번홀(파5).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 대회 첫날 김아림이 친 두 번째 샷이 벙커 안 모래에 깊숙이 박혔다. 공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공이 벙커로 향한 건 김아림뿐이었지만 공을 확인하기 위해 그는 경기위원을 호출했다. “손으로 파도 되고 클럽으로 파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경기위원의 말에 김아림은 공을 꺼내 자신의 공이 맞는지를 확인했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공이 벙커에 깊게 박혔을 때는 꺼내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확인한 후에는 원래 박혀 있던 것과 똑같은 상태로 놓고 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규칙 7.1b’에 따라 일반 페널티(2타)를 받아야 한다.
김아림은 “공을 원래 상태보다 나은 조건에 두고 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모래를 만지며 공이 박혀 있던 자리의 구멍을 메웠고 공이 흘러내리지 않게 모래로 받쳐놨다는 얘기다. 처음엔 공이 모래 속에 박혀 있었지만 확인 후에는 공이 모래 위에 놓여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는 ‘라이(공이 놓여 있는 상태)’ 개선에 해당된다.
경기위원은 이 과정 전체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고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김아림 동반자들이 공의 위치가 잘못됐다고 지적했지만 “공을 쳐도 된다”는 경기위원의 말에 강하게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경기위원 오심, 선수 규칙 위반은 아냐”
이런 상황은 경기가 끝난 뒤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방송중계팀이 이의를 제기하자 경기위원회가 당시 상황 확인에 들어갔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경기위원의 잘못된 판정”이라고 오심을 인정했다. 다만 “당시 상황을 보니 공을 확인하고 치는 과정까지는 경기위원이 개입했고 선수는 이를 따랐을 뿐”이라며 “선수의 규칙 위반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아림은 해당 홀에서 보기를 적어냈다. 당시 경기를 담당한 경기위원은 “벙커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선수 뒤에서 과정을 지켜봤다”며 “뒤에서 봤을 때는 원래대로 공이 박힌 것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영상으로 확인하니 전혀 다른 상황이 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최 위원장은 “벌점을 매기겠다”며 “추후 사태를 봐가며 이사회에 징계를 건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심 판단이 내려졌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 선수는 “경기위원의 허술한 진행도 문제지만 (김아림이) 자신의 공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는 데도 확인하려고 한 것만으로도 불리한 상황을 바꾸려고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장하나 - 고진영’ 2라운드 선두 경쟁
논란의 중심에 선 김아림은 둘째 날 이븐파를 쳐 중간합계 1오버파 공동 39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라운드를 마친 뒤 기권했다. 김아림 측은 “논란을 일으켜 경기위원과 KLPGA투어가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책임지고 기권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버디만 7개를 기록한 장하나(27)가 중간합계 10언더파를 쳐 선두로 치고 나섰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은 이날 세 타를 줄여 7언더파 공동 2위에 자리했다. 그는 4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옆 벙커로 보내 위기를 맞았다. 그린이 머리보다 높은 곳에 있어 파 세이브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벙커샷을 버디로 연결했다. 시즌 4승의 최혜진(20)은 4언더파 공동 9위를 차지했다.
인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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