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北核을 걱정하지 않는 '이상한 정부'

입력 2019-10-04 17:42   수정 2019-10-0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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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일 신형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한 후 “핵심 전술기술적 지표들이 과학기술적으로 확증됐다”고 발표했다. 비행고도는 910여㎞, 사거리는 약 450㎞였지만 최적각도로 발사할 경우 약 2000㎞, ‘신형’이란 점을 고려하면 3000㎞ 이상도 가능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23일 세 개의 SLBM 발사대 설치가 가능한 3000t급 신형 잠수함 사진도 공개했다. 또 수소폭탄을 포함해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SLBM+잠수함+핵무기’에 성공하면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에도 은밀하게 접근해 기습적 ‘핵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정말 이상한 것은 한국 정부다. 지난 5월부터 열한 차례에 걸쳐 북한이 다양한 한국 공격용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와 똑같이 이번 SLBM 발사도 별로 걱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장관은 국회 답변 시 수차례 웃는 모습을 보였고,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번 SLBM 발사는 한·미 동맹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사건이다. 북한은 미국에 본토 도시에 대한 ‘핵SLBM 공격’으로 위협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나아가 한·미 동맹 철폐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신에 대한 핵공격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미 동맹을 지속하겠는가? 도대체 현 정부는 어떤 복안이 있기에 이렇게 태연할까?

현 정부 인사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도를 체제유지 목적으로만 해석한다. 그러나 북한은 6·25전쟁 직후부터 핵무기를 개발했고, 공산권 붕괴 이전인 1980년대에 상당한 핵무기 개발능력을 갖췄다. 그들 체제가 위험하다고 인식하지도 않는다. 방어용이라면 250kt의 위력을 가진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SLBM까지 개발할 이유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위한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미 대통령 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은 최근의 어느 세미나에서 북한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평가했다. 대다수 한국민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치명적인 병에 걸릴 경우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국가의 안보는 국민의 삶과 죽음이 걸린, 적당히 처리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사안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북한을 적으로도 규정하지 않고, 북한이 조롱과 위협을 해도 침묵하며, 북한의 선의만 구걸하면서 ‘평화팔이’를 하고 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해왔던 선제타격, 한국형 탄도미사일, 대규모 응징보복이라는 ‘3축 체계’는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국방비를 증대시켰다지만 군사 대비태세 강화보다는 병영생활 개선, 북핵 대비태세보다는 주변국 위협 대응으로 초점이 분산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에 모인 구름 인파는 조국 법무장관의 파면만을 위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국가안보가 불안해서 나온 사람들이 더 많고, 눈물 흘리며 행진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다. 국민들은 자식과 손자들이 공산치하에서 살 수도 있다는 염려에 몸서리치고 있다. 국가안보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만전지계(萬全之計)로 대비하는 것이다. 북핵 위협을 국민이 걱정하고, 정부는 태평한 것이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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