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22일 충북 오송을 방문했습니다. 제약 생명공학 의료기기 등을 집중 육성하는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죠. 앞서 문 대통령은 4월30일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시스템반도체 국가비전 선포식’도 찾았습니다. 대통령이 산업전략 발표회에 참석하는 건 이례적입니다. 보안 등 문제로 사전 준비기간도 많이 걸리지요.
이건 모두 국가의 신성장 동력이자 비전으로 제시했던 3대 신산업 육성전략의 일환입니다. 3대 핵심은 바이오헬스와 시스템반도체, 미래차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에 이 ‘삼각축’에만 예산 3조원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정부가 미래차 전략 발표를 기약없이 늦추고 있습니다. 당초 예상됐던 미래차 발표 시점은 6월 말~7월 초였지요. 별 설명없이 당시보다 3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는 사이 미래차 전략의 핵심 기업인 현대기아차는 자체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소위 ‘플라잉카’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최근 뉴욕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비전을 밝혔고, 주목을 받았지요. 현대차는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을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내부에선 대한항공 기술자 출신도 여럿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직 이착륙 방식으로 도심 내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이동 수단이 될 겁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미래전략의 큰 밑그림을 그릴 때, 민간 기업과의 사전 조율을 통해 시너지를 내왔는데 미래차만큼은 핀트가 어긋났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예컨대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전략을 내놓았을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체 비전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해 호응했지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내부적으로는 미래차 전략발표를 위한 사전 준비를 일찌감치 마쳤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미래차 국가비전 선포’가 3개월 넘게 미뤄지는 배경은 뭘까요.
한일 무역갈등이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7월 초 갑자기 터지면서 핵심 역량을 이쪽에 집중하다보니 미래차 전략 발표가 뒤로 밀렸다”며 “청와대에서 발표 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조국 이슈’도 국정 현안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난달엔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됐지요.
이달엔 또 국정감사가 시작됐습니다. 국감 도중엔 국가의 핵심전략 발표가 어렵지요. 이런 일정을 감안할 때 미래차 전략 발표는 빨라야 10월 말은 돼야 할 듯합니다. 그럼 시스템반도체(4월)-바이오헬스 발표(5월) 후 5개월여 지난 다음에야 마지막 국가비전을 내놓는 셈이 됩니다.
정치 현안 등 ‘비(非)경제 이슈’가 미래차 국가비전과 같은 경제정책의 발목까지 잡고 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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