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학 손잡고…바이오 합작사 설립 '붐'

입력 2019-10-07 17:01   수정 2019-10-08 02:17

노벨상 수상자부터 세계 5대 생명공학연구소 박사 등 해외 석학들이 잇달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 권위자들을 영입해 신약개발회사를 세우고 있어서다.


유양디앤유는 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기업 룩사바이오 출범식을 열고 바이오 사업 진출 전략과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유양디앤유는 TV 전원공급장치와 발광다이오드 (LED) 관련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정보기술(IT)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바이오회사 지트리비앤티와 합작사 레누스를 미국에 설립하고 수포성 표피박리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룩사바이오는 유양디앤유가 세운 두 번째 바이오 합작회사다. 세계적인 줄기세포 분야의 권위자인 샐리 템플 박사와 손잡았다. 그는 2007년 미국에 설립된 최초의 줄기세포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신경줄기세포연구소(NSCI)를 설립한 인물이다. 세계 최초로 신경줄기세포를 발견하고 성격을 규명했으며 세계줄기세포연구학회(ISSCR) 회장을 맡기도 했다.

템플 박사는 룩사바이오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이자 연구개발(R&D) 총괄을 맡게 된다. 룩사바이오는 NSCI의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2020년 미국에서 임상 1·2a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템플 박사는 “룩사바이오가 연구 중인 치료제는 망막 아래 망막색소상피(RPE) 줄기세포를 주입해 손상된 세포를 대체하는 치료법”이라며 “안구 세포를 이용해 유효성이 높고, 배아줄기세포 및 인간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 대비 종양원성 위험이 낮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벤처 큐리언트는 노벨상 수상자인 로베르트 후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후버 박사는 1976년부터 뮌헨공과대학과 막스플랑크 생화학연구소에서 단백질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식물 광합성에 따른 단백질 결정화를 규명하고 광합성에서만 얻을 수 있는 유기물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연구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후버 박사는 지난 2일 경기 판교 큐리언트 본사에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해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큐리언트는 조인트벤처의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후버 박사 등이 주요 주주로 현금 출자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프로테아좀 저해 기술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프로테아좀은 암세포 성장에도 관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의 복합체로 이를 저해하는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회사는 현지 연구소와의 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일에 설립한다.

큐리언트 관계자는 “단순히 프로테아좀 저해 기술을 도입하는 게 아니라 해당 기술의 최고 연구기관과 손잡고 기초기술부터 개발역량까지 보유한 자회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리더스도 지난 8월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소인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와 현지 합작법인인 퀸트리젠을 세웠다. 암 억제 유전자인 p53 유전자를 활용한 차세대 항암 신약을 개발할 예정이다.

암 억제유전자인 p53유전자는 세포의 DNA를 점검하고 수선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손상 세포의 자진 사멸을 유도하고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암제 개발에는 p53 기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와이즈만 연구소 소속 바르다 로터 박사와 모셔 오렌 박사 등이 참여한다.

업계는 유동 자금이 풍부한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외국 비영리 연구소와 바이오 벤처를 설립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합작회사를 세우면 뛰어난 연구 인력을 활용할 수 있고 신약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신생 벤처는 저명 인사의 평판을 활용해 기업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한국 회사들이 개발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끌려다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하면 해외 연구기관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연구 과제에 한국 기업이 돈만 대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예진/박상익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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