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종사자 27만여 명 추가 적용
정부와 여당이 7일 발표한 ‘특고종사자 및 중소기업 사업주 산재보험 적용 확대 방안’에 따르면 약 47만 명인 특고종사자 산재보험 가입 대상 인원이 86만 명가량으로 늘어난다. 2008년 보험설계사 등 9개 직종(약 47만 명)을 산재보험 ‘울타리’에 넣은 이후 올해 1월부터는 건설기계 기사 11만여 명이 추가됐고, 이번 조치로 27만4000명가량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가정이나 사업체를 방문해 화장품, 건강기능 상품, 상조 상품 등을 파는 방문판매원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11만 명 규모다. 6개월간 판매업자로부터 지급받은 총소득이 3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가정이나 사무실을 방문해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렌털(대여) 제품의 정기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고종사자(약 3만 명)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된다. 지금까지는 학습지 교사만 적용 대상이었으나 특정 업체에 전속된 모든 방문교사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가전제품 설치기사 중 단독 작업 기사(약 1만6000명)도 산재보험 대상에 추가된다. 통상 사업주와 직원이 같이 움직이는 2인1조 설치기사의 경우 보조기사는 근로자 신분으로 이미 의무가입 대상이다.
자영업자 가입 대상도 확대된다. 지금은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은 1인 자영업자(총 132만2000명) 중 음식업, 도소매업, 예술인 등 12개 업종만 가입할 수 있지만 업종 제한이 사라진다. 산재보험 가입을 원하는 중소기업 사업주 범위도 현행 ‘50인 미만 고용’에서 ‘300인 미만 고용’으로 확대된다.
가입률 13.7%에 불과한데…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가입자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2008년 보험설계사 등 9개 직종 특고종사자에게 산재보험 문턱을 낮췄지만 지난 7월 기준 가입률은 13.7%에 불과하다. 제도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전체 가입 대상 47만여 명 중 41만 명이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해 보험 가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경우는 더 심하다. 보험 가입을 허용한 12개 업종 약 65만 명 중 8930명(1.4%, 9월 말 기준)만 가입했다. 보험료는 특고종사자는 사업주와 종사자가 50%씩, 자영업자는 전액 본인 부담이다.
이들이 산재보험 가입을 외면하는 이유는 사업주가 별도의 상해보험 가입을 해 주거나 소득 노출로 인한 세 부담 회피 목적 등인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10월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전속 설계사 중 78%가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형태의 계약을 원했다.
정부가 사회보장 강화를 하겠다며 무리하게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4.0’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고용 형태가 등장한 현실에서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노동관계법도 달라져야 한다”며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의 문제는 보다 넓고 공정하게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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