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은 이날 오전 평양으로 돌아가는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이번 회담은 역스럽다(역겹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어떻게 제안해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엔 “얼마나 준비가 되겠는지는 미국 측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 5일 미국과 실무협상을 마친 후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미국은 우리가 요구한 새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계속 중지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북한 태도에 대해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써서 금년 중에 미국의 태도 변화를 확실하게 유도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할 때보다 요구 조건이 높아진 것 같다”며 “미국이 ‘선(先) 비핵화’ 논의라면 북한은 ‘선 안전보장 및 경제제재 해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 사항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노딜’로 끝난 미·북 실무협상에 대해 “지금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상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미가 협상 자리에 앉는 게 중요하다”며 “섣부른 판단은 오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스톡홀름 노딜’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기 위해 7일 미국 워싱턴DC로 떠났다. 이 본부장은 오는 10일까지 워싱턴DC에 머물며 비건 대표로부터 스톡홀름 협상 내용을 공유하고, 후속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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