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검찰개혁안을 직접 발표한다고 알려진 가운데 검찰이 이날 오전 조 장관 동생 조모(52)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한 구인영장을 집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이날 오전 9시 부산의 한 병원에 입원한 조씨의 구인영장을 집행하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이송 중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씨는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전날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심문기일 변경신청서를 냈다. 이날 오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해 영장실질심사를 연기해달라는 취지다. 수술 후에도 1~2주 거동이 불편하다고 밝혀 시간끌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검찰은 영장심사에 불응한 조씨의 강제 연행을 결정했다. 조 장관 일가의 ‘시간 끌기’ 전략에 제동을 건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조 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조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와 그 남동생 정모(56) 씨는 2017년 2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유상증자에 참여해 250주를 5억원에 사기로 하고 돈을 납입했다. 조 장관의 재산등록 서류에 따르면 정 교수는 이 시기 동생 정 씨에게 3억 원을 빌려줬다.
정 교수와 정 씨의 투자를 받은 조 씨는 컨설팅 자문료 명목으로 정 씨에게 매월 860여 만원을 지급하는 허위계약을 맺었다. 이때, 검찰은 조 씨가 정 씨뿐만 아니라 정 교수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고 수익에 대한 원천징수세까지 코링크PE가 부담하게 했다고 봤다. 정 교수가 동생 정 씨의 명의로 코링크PE의 주식을 보유했다면 이는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는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또, 투자와 운용을 엄격히 분리하는 자본시장법, 공직자와 그 이해관계의 직접투자를 금지하고 백지신탁 신고의무를 명시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 교수와 정 씨는 지난해 8월 조 씨에게 투자금 상환을 요청했다. 이에 조 씨는 코링크PE가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에서 13억 원을 횡령해 투자금을 돌려줬다. 이 과정에서 조 씨는 WFM이 코링크PE에 13억 원을 빌리는 내용의 허위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이사회 회의록까지 위조했다. 정 교수가 조 씨와 함께 횡령과정을 공모했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조 장관이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조 씨가 정 교수와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상의했다고 했다. 정 교수가 조 씨와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코링크PE나 WFM 자료를 없애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 이는 증거인멸 교사에 해당된다.
검찰은 조씨 강제연행을 위해 그가 입원한 병원에 의사 출신 검사를 포함한 수사 인력을 보내 건강상태를 점검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인영장을 집행하기 앞서 “소견서를 받아보고 주치의를 면담한 결과 영장실질심사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본인도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조 장관은 자신의 동생에게 구인영장이 발부된 이날 직접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한다.
법무부는 조 장관이 이날 오후 2시 과천정부청사 법무부 3층 브리핑실에서 검찰개혁방안에 대한 발표 및 발표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의 이번 브리핑은 법무부와 검찰의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온 지 하루 만이다.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개혁위)는 전날 2차 정기회의를 마치고 검찰개혁 4대 개혁기조와 제1차 신속과제 6개를 선정했다.
개혁위가 선정한 4대 개혁기조는 △검찰조직의 정상화 및 기능 전환 △검찰조직의 민주적 통제와 내부 투명성 확보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적정성 확보 △수사과정에서의 국민의 인권보장 강화다. 실행을 위한 각각의 분과위원회도 설치된다.
아울러 개혁위는 민주적 통제와 내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검찰국의 탈검찰화 및 검찰의 ‘셀프 인사’를 방지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건배당 및 사무분담시스템 확립을 신속과제로 삼았다.
조 장관이 이날 발표할 내용에는 개혁위의 이같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국민 제안’과 ‘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수렴한 의견 등을 반영한 종합적인 검찰개혁 추진 계획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전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고 검찰청 의견을 수렴하면서 이른 시일 안에 검찰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국민의 시각에서 법무부와 검찰의 현재를 살펴보는 것이 옳다”며 “법무부와 검찰은 그 조직 자체 또는 법조 카르텔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조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윤 총장에게 '검찰의 형사부, 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 등 검찰 개혁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1일 '특수부 축소'와 '외부기관 파견검사 복귀', 4일에는 '공개소환 전면 폐지' 등의 개혁안을 7일 오후에는 밤 9시 이후 '심야조사'를 폐지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 일주일만에 쏟아져 나온 꽤나 신속한 행보다.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 장관과 조 장관을 수사하고 있는 윤 총장이 수사가 아닌 검찰개혁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양상이다. 상급기관인 법무부 수장인 조 장관이 취임 이후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한 가운데 윤 총장도 이에 질세라 연일 파격적인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조 장관의 검찰 개혁 움직임에 여당이 힘을 실어주고 자유한국당은 윤 총장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에서 검찰개혁 방향키를 누가 쥐고 가느냐는 중요한 문제를 두고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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