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침체 경고…"글로벌 경제 올 2.6% 성장도 어렵다"

입력 2019-10-08 15:10   수정 2019-10-09 01:59

글로벌 경기 침체의 경고음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이어 세계은행(WB)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뜻을 내비쳤다. 글로벌 무역 갈등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혼란 등으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IMF·세계은행 연례총회에 앞서 7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한 연설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 6월 전망한 2.6%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맬패스 총재는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브렉시트와 유럽의 경기 침체, 무역 불확실성 등으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투자도 늘어나지 않아 앞으로 의미 있는 성장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며 “각국이 잘 설계된 구조개혁에 나서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은 6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맬패스 총재의 이날 발언은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맬패스 총재는 세계 각국이 시장 개방을 통해 자본의 원활한 흐름을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많은 국가가 폐쇄적인 시장을 개방하고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될 수 있도록 자본 흐름을 자유화해야 한다”며 “이 같은 조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해 성장으로 이어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급증하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글로벌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금리가 0% 혹은 마이너스인 채권이 세계적으로 15조달러가 넘는다”며 “이는 일부 채권 발행자와 보유자에게는 혜택을 주지만 자본 흐름을 왜곡한다”고 비판했다. 맬패스 총재는 경제 성장에 쓰여야 할 자본이 채권, 채무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면서 ‘자본 동결(frozen capital)’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10일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고위급 협상을 재개하지만 시장의 기대는 높지 않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오는 31일까지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 곳곳의 경기 침체 우려도 크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5로 추락하며 201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PMI는 기업의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경기 전망을 조사해 발표하는 경기동향 지표다.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또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의 지난달 제조업 PMI 역시 45.6으로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유로존의 서비스업 PMI는 52.0으로 전달(53.5)보다 하락해 제조업 경기 둔화가 서비스업까지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존 경제는 올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0.2% 성장하는 데 그쳤고, 독일은 같은 기간 성장률이 -0.1%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IMF는 다음주 발표하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에 제시한 3.2%에서 더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각국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일본이 과거에 겪은 것처럼 장기 불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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