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끄는 고급 패스트패션 브랜드 제품들이다. 패스트패션은 값이 싸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하지만 최근엔 고급 제품이 더 잘 팔린다. 인디텍스그룹, H&M그룹 등 글로벌 1, 2위 제조직매형 의류(SPA)업체들의 고급 SPA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품질에 트렌디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주요 고객이다. 고급 SPA들은 대형 매장을 잇따라 내고 있다. ‘한철 입고 버리는 옷’으로 인식됐던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며 친환경에 초점을 맞춰 고급화로 방향을 튼 것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인이 찾는 고급 의류로
브랜드 자라로 알려진 인디텍스그룹의 고가 SPA 브랜드 마시모두띠는 올봄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대형 매장이지만 늘 사람이 붐볐고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외투 가격이 40만~70만원대임에도 ‘유럽 감성의 고급 의류’를 찾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17년 서울 압구정동에 1호점을 연 앤아더스토리즈는 같은 해 스타필드 하남점과 고양점, 지난해 11월엔 IFC몰에 매장을 냈다. H&M그룹의 고급 SPA 브랜드로 옷뿐 아니라 구두, 가방, 화장품 등 다양한 고품질의 제품이 인기를 끌자 매장을 늘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앤아더스토리즈와 함께 H&M그룹이 운영하는 고급 SPA 브랜드 코스도 ‘3040 직장인이 입기 좋은 심플한 디자인의 옷’으로 두터운 소비층을 확보했다. 셔츠와 롱스커트, 원피스, 유행을 타지 않는 니트와 외투 등은 H&M 브랜드의 3~5배에 달하는 가격에도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대표적 SPA 브랜드 자라도 고가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컬렉션라인’으로 불리는 고가 제품군은 외투가 39만~49만원대인데도 주요 사이즈가 다 팔릴 정도로 인기다. 고급 가죽 제품군으로 구성된 블루컬렉션과 직장인이 입기 좋은 고급 의류로 구성한 신즈(scenes) 컬렉션이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군이다.
밀레니얼의 ‘가치소비’도 겨냥
글로벌 SPA 그룹들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젊은 층을 염두에 두고 고급화에 나섰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이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그래서 이들을 “더 이상 SPA 브랜드라고 부르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가 제품은 회사 수익에도 기여하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에서 저가형 SPA가 매출은 좋아도 이익률이 나쁘다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개수는 덜 팔리더라도 고급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3위 SPA업체인 유니클로가 몇 년 전부터 파리에 연구개발(R&D)센터를 열고 고품질의 옷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명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퍼 르메르를 파리 R&D센터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앉히고 ‘유니클로 U’ 등 개성 있는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H&M그룹은 본사 차원에서 고급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앤아더스토리즈는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등 19개국에 70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올해 스웨덴, 룩셈부르크에 신규 매장을 열었다. 올 5월에는 아소스(Asos)를 통해 200개국에 온라인 배송을 시작했고 지난달엔 티몰에 입점해 중국 배송도 시작했다. 자체 온라인몰에서도 16개국 배송을 하는 등 온라인 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를 집중 공략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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