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의혹 제기만 난무…국정 없는 '국정감사'

입력 2019-10-09 17:33   수정 2019-10-10 01:49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2일 막을 올린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등에 밀려 정책 감사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감장에 ‘알맹이’는 빠지고 대신 그 자리를 의원들의 욕설 등 막말과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가 채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예견된 ‘국정 실종’…정쟁만 남은 국감장

이종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은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 국감에서 혼잣말로 욕설해 논란에 휩싸였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이 자신의 검찰 고발 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발언했고, 이 위원장은 혼자 웃음을 터뜨리며 “검찰개혁까지 나왔어. 지×, 또×× 같은 ××들”이라고 중얼거렸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같은 날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사혁신처 국감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반말과 고성이 섞인 설전을 벌였다. 이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때 같이 탄핵당했어야 할 의원이 한두 명이 아니다”고 하자 조 의원이 “야, 너 뭐라고 얘기했어. 이게 뭐하는 짓이야”라고 반발했다. 이 자리에서는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질의 과정에서 조 장관을 ‘조 전 민정수석’으로 지칭하자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다른 의원들을 가리키며 “장관 보고 조국이라고 하는 사람이나 이 사람들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발언해 좌중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전날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 김종민 민주당 의원에게 “웃기고 앉았네. ×× 같은 게”라고 욕설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여 의원에 대해 다음날 법사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출처 불명에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 난무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문제 제기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4일 보건복지위원회의 복지부 국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치매설을 우회적으로 언급해 여야 충돌을 야기했다. 김 의원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 “건망증이 치매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며 “장관이 대통령 기억력을 잘 챙겨야 한다”고 발언했다.

같은 날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서울에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민임대주택의 평균 대기기간 관련 자료를 내면서 ‘개월’을 모두 ‘년’으로 오기했다. 자료대로라면 임대주택에 입주하려면 27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재정 의원은 1일 국감에 앞서 최근 5년간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 대상자에 의해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자료를 냈다. 경찰청 확인 결과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누적 사고 통계여서 매년 증가세에 있다는 이 의원 분석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8일 발전공기업의 핵심설비 외국산 의존율을 지적하며 설비 유지보수비로 사용한 5200억원을 5조2000억원으로 잘못 기재한 자료를 냈다가 정정했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1일 지난해 기준 한국마사회 직원의 평균 연봉이 9억원을 넘었다고 자료를 배포했다가 9000만원으로 정정했다. 기관장의 평균 연봉이 1억9000만원이어서 쉽게 오류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나온 오기였다.

국감 1주일 지났는데…벌써 ‘무용론’

정치권에서는 국감 때마다 ‘국감 무용론’이 나오곤 하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야당은 조 장관을 공격하고, 여당은 이를 방어하느라 부처 감사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이러니 국감 무용론이 거세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런 모습이 반복될수록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관계자는 “국감 시작 전에는 보통 보좌진이 아이템을 찾고 내용을 준비한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이번에는 민주당 보좌진 중 8월까지도 국감 준비를 시작하지 못한 사람이 여럿 있었다”며 “한국당은 조 장관 말고는 공격 포인트가 없다는 듯 ‘조국 이슈’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국감의 실효성이 점점 떨어지는 추세”라며 “특히 올해 같은 경우 조 장관 문제로 여러 상임위가 정쟁의 장소로 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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