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지난달 ‘LS의 기술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연구개발(R&D) 성과 공유회 ‘LS T-페어(Fair)’에서 “R&D와 혁신으로 한·일 무역갈등을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 등 확대되는 수출·통상 리스크를 해결할 열쇠는 ‘기술 자립’이라는 것이다. 구 회장은 2015년부터 ‘R&D 스피드업(speed up)’과 ‘디지털 전환’을 LS그룹의 R&D 및 미래 준비 전략으로 강조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스마트에너지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LS그룹의 변화는 작년 T-페어에서부터 감지됐다. LS 관계자는 “과거엔 주력 사업 분야의 오랜 연구 과제들을 주로 발표했다”며 “작년부터는 계열사들이 연구개발한 디지털 미래 기술들이 전시장 곳곳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지주사 내에 미래혁신단을 신설했다. 여기엔 구자은 LS엠트론 회장도 가세해 LS의 중점 미래 전략인 ‘디지털 전환’ 과제의 빠른 실행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인재 양성 등에 주력하고 있다.
계열사별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LS전선은 전선업계 최초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재고관리 시스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품과 자재에 통신센서를 부착해 휴대폰으로 위치와 재고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수천 개 제품의 출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동 경로 추적이 가능해 운송 중 일어나는 도난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LS산전은 청주1사업장 G동에 부품 공급부터 조립, 시험, 포장 등 전 라인에 걸쳐 자동화 시스템이 들어가 있는 ‘스마트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저압기기 라인 38개 품목의 하루 생산량은 기존 7500대 수준에서 2만 대로 늘었다. 에너지 사용량 역시 60% 이상 줄었다. 불량률도 글로벌 스마트 공장 수준인 6ppm으로 급감했다. 생산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LS산전 관계자는 “2011년부터 약 4년간 2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화 기술의 접목을 통한 다품종 대량생산을 시도하고 있다”며 “소량, 다품종 생산도 가능한 스마트 공장도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S니꼬동제련은 온산제련소에 생산 전 과정을 통신으로 연결해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ODS(Onsan Digital Smelter)’를 추진 중이다. 세계 2위 생산량을 자랑하는 온산제련소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LS니꼬동제련은 “온산제련소는 LS니꼬동제련은 물론 LS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했다.
LS엠트론은 실시간 ‘생산 정보 모니터링 시스템 및 설비 예방 보전 시스템(CMMS)’을 활용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폭넓게 생산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팩토리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달성했다. 국내 최초로 트랙터 연 2만 대 생산 돌파에 성공했다. 8년 만에 트랙터 연간 생산량을 1만 대에서 2만 대로 늘리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CMMS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 결과다. LS그룹 관계자는 “LS는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 자동화·빅데이터·AI 기술 등을 활용해 획기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외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외부 개방을 통한 혁신 등 스마트 R&D 방식을 통해 ‘디지털에 강한 LS’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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